"25년만에 재배지 반토막"…美 오렌지주스 가격 고공행진 [원자재 포커스]

잦은 이상 기후·병충해 확산에 오렌지 생산량 급감
플로리다 재배 면적 25년 사이에 절반으로
오렌지 주스 소매가격 상승 우려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오렌지 수확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와 병충해 확산으로 공급량이 줄어들면서다. 공급 축소에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미국인의 아침식사’인 오렌지주스 가격이 끝을 모르고 오를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경DB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냉동 농축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지난 5월부터 파운드당 4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5월 말에는 파운드당 4.9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날도 4.22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초만 하더라도 파운드당 1달러에 머물렀던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해를 거듭하며 상승했다. 오렌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계속돼서다.
2022년부터 급격히 상승한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단위=파운드 당 센트)(자료=FT)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오렌지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 농무부 집계 결과 1998년 플로리다의 오렌지 재배 면적은 65만8000에이커 이상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0만3000에이커에 그치며 25년 만에 재배 면적이 반토막 났다.미국 오렌지 주산지로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가 꼽히는데, 캘리포니아산은 주로 과일 형태로 소비되고 주스용으로는 플로리다산이 많이 쓰인다. 다니엘 먼치 미국농업인연맹의 다니엘 먼치 경제학자는 “미국의 오렌지 생산 상황은 현재 매우 심각하다”며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할 때, 소비자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오렌지 공급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상 기후가 지목된다. 플로리다에 허리케인과 한파가 닥친 2022년 말 이후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퇴치가 불가능한 ‘감귤녹화병’ 확산도 공급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업 과학 회사 인바이오 사이언스의 에이미 오시어 최고경영자(CEO)는 “감귤녹화병이 나무에 침투하면 나무의 생육을 방해해 나무가 죽게 된다”며 “이런 나무들은 결국 제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항균제 주입 기술을 오렌지 농장에서 실험 중이다. 감귤녹화병에 저항성을 지닌 품종을 개발하는 작업도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 이뤄지고 있다.이상 기후, 감귤 녹화병 확산으로 농가의 소득이 감소했고 이는 재배 면적 축소로 이어졌다. 이에 플로리다는 오렌지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마주했다. CNBC는 “극단적인 날씨가 더 흔해지고, 감귤녹화병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못해 오렌지 생산량 감소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변동성은 오렌지 수확량 기대치를 낮춰 오렌지 주스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