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딸 침실에 카메라 설치한 부모…"실수하면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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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인 中 여성 가출 후 파출소에 도움 요청올해 20세로 성인이 된 딸 부모가 딸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자, 딸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부모가 감시 카메라로 감시…"자유 위해 가출"
"폭력적인 양육으로 트라우마 시달리고 있어"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7월26일, 리모씨는 부모가 자신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가출했다며 베이징의 한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대학교 2학년생인 리씨는 경찰관들에게 "자유를 원해 가출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리씨는 부모가 자신의 침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고, 실수할 때마다 부모가 그를 때리고 휴대폰을 바닥에 던졌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부모의 폭력적인 양육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가출했기 때문에 부모가 실종 신고를 할 것이 뻔해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경찰에 와 부모가 자신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을 신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를 위로하며 "표현은 잘못됐지만, 부모의 보살핌의 일종"이라고 설득했다. 이후 경찰은 부모에게 연락해 "성인이 된 자녀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고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결국 리씨의 부모가 카메라를 철거하는 데 동의했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공분이 일고 있다. "너무 끔찍하다. 20살인데도 사적인 공간이 전혀 없다", "아이들은 독립적인 개인이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교도소조차 이보다 더 사생활을 존중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국에서 부모가 자녀를 통제하기 위해 자식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에도 중국 동부 장쑤성에 사는 한 부모가 아들의 방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덕분에 아들이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며, 이제 카메라를 철수한다고 밝히자 누리꾼의 비판이 빗발친 바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