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UB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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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1960년대 중후반에서 1970년대 후반까지 출생한 사람을 X세대라고 한다. X세대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의 시기에 성장해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로 변화를 주도하며 주목받았다. 모든 시대에는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가는 세대가 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이제는 시니어들이 변화를 주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는 노인 복지 인프라 및 요양산업 확장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는 노인 세대가 능동적으로 만든 변화라기보다는 인구 변화에 따른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수동적인 변화다. 그런데 왕성한 사회적 활동 경험과 지식수준,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층은 과거 X세대가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끈 것처럼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베이비붐 세대는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했고, 경제적 여력을 갖춘 사람이 많다.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 은퇴 후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문화여가 활동 수요가 크다. 웰빙, 웰에이징에 관심이 많고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은퇴 후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연계 은퇴커뮤니티)가 액티브 시니어부터 후기 고령자 그리고 지역사회와 다른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UBRC는 미국에서 1980~1990년대 은퇴한 교수를 위해 생겼고, 2000년대 이후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리며 인기가 급증했다. 미국에는 UBRC가 100개 이상이고, 대학 및 지역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UBRC로는 센트럴플로리다주립대(UCF)와 연계해 2022년 문을 연 레거시포인트(Legacy Pointe)를 들 수 있다. 대학 학과와 연계해 입주자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부대시설 및 행사,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공유해 세대 간에 교류하며 활동적으로 살 다양한 기회를 준다. 대학에도 이점이 있다. 학령기 인구 감소는 대학에 큰 위기 요인인데, UBRC 운영수익의 일부를 받고 대학 내 부대시설 및 교육과정 등에 참여하게 한다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시니어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 대학 유휴부지를 전환·활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포함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UBRC의 확장을 기대해본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맞춤형 UBRC가 많이 생겨서 시니어 주거환경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