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초장기 임대로 땅값 낮춰…韓은 외국자본 아니면 불가능

구글 英사옥도 999년 임대
영국 런던 금융중심지인 카나리워프에는 40뱅크스트리트, 원처칠플레이스 등 999년 임차로 들어선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런던 킹스크로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로 꼽히는 구글 유럽 헤드쿼터 역시 이 방식으로 입주했다. 토지와 자산을 세대 간에 물려주는 영국 특유의 귀족 문화에서 기인한 이 제도는 20세기 이후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기 임대권은 임차인에게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소유권 유지와 임대수익 창출이라는 점에서 토지 소유주 역시 이 방식을 선호한다. 글로벌 도시개발 사업에서 더 흔한 유형은 99년 장기 임대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와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공중권(건물 옥상 이상의 공간 이용 권리) 개발 방식을 적용해 민간개발사인 아젠트릴레이티드에 해당 철도 부지의 공중권을 99년 장기 임대했다. 싱가포르에선 산업·상업용 토지는 30년, 60년, 99년 등 다양한 기본 임대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한국은 외국 자본이 아니라면 국공유지나 시유지에 이 같은 장기 임대 방식이 불가능해 도심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장기 임대 방식으로 개발된 곳은 외국인투자법을 활용한 서울 여의도 IFC와 민간 부지인 여의도 파크원 정도에 불과하다. 두 건물은 모두 국내 대형 도심복합개발의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이수정 마스턴프라퍼티 대표는 “높은 땅값에 눌리다 보면 시행사는 성급해지고 공익보다는 빠른 수익 실현에 매몰된다”며 “공공 입장에서도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늘려 시민에 돌려주기 위해 장기 임대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도심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런던=이유정/싱가포르=이인혁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