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아버지 무덤도 모르는 사람이 된 사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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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공자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으므로 아버지의 묘소를 알 수 없어서 오보의 사거리에 빈소를 차렸다.”
오항녕 지음
김영사
452쪽|2만3000원
중국 <예기>에 기록된 공자의 이야기다. 사마천도 <사기>를 쓸 때 이를 참고했다. 후대 학자들이 이를 계속 참고했다. 결국 공자는 아버지 묘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받게 됐다. 역사학자인 오항년 전주대 교수는 <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에서 이를 ‘구두점을 잘못 찍은 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설명한다. 옛날 책은 띄워쓰기도, 구두점도 없다. 전부 다닥다닥 붙어 쓰여 있다. 어떻게 끊어 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위 문장을 “공자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는데, 아버지의 묘소를 오보의 사거리에 천장했는지 어떤지 몰랐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버지의 무덤이 임시 무덤인지, 영원히 쓸 무덤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역사를 배우지만, 역사는 오류투성이다. 다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흠잡을 데 없는 진실 역시 아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 보여주듯 지금 벌어진 일도 객관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역사학자가 탐구하는 대상인 옛날 일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책은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역사가는 어떤 오류들을 범하는지 여러 사례를 들어 풀어낸다. 중국의 5000년 문명은 동양에 편견을 품은 영국인이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에 야만의 대명사로 전락했고, 어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한 토막을 제시하며 박지원 자신의 중화 관념과 정반대되는 내용으로 소제목을 달기도 했다. 저자는 역사학자의 논문이나 저술도,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도, 조선시대 왕릉 안내문도, 심지어 동아시아에서 존경받는 유학의 대가들도 틀릴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학의 내부 고발처럼 들리지만, 틀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속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역사학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왔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오류가 없는 사유만 건강한 사유는 아니다. 명제만 있는 사유는 골동품이다. 질문하는 사유, 의심하는 사유, 창조하는 사유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오류를 피하려고 풍요로움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