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남극보다 척박한 화성에서 굳이 살아야 하나" [서평]


2023 갈릴레오상 대상 수상작
인류의 화성 이주는 불가능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길 찾아야
"앞으로 20년 내 100만명이 화성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앞서 2016년 화성에 사람이 거주 가능한 도시를 건설해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바 '식민지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만 꾸는 꿈이 아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항공우주 회사인 블루 오리진을 설립해 우주 개척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성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이나 우주에서 키울 수 있는 농작물 등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는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에서 인류가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에 이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일부 '우주 장사꾼'들이 경제적 이윤 추구를 위해 우주 진출에 대한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지난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갈릴레오상 과학 저작물 대상을 받았다.

저자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와 화성은 약 5500만㎞ 떨어져 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140배 이상 멀다. 현실적으로 화성에 도달하기까진 최소 9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우주선에 탄 인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우주선에 실어야 할 식량과 물자 무게가 비현실적으로 늘어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을 비롯해 해로운 전자기파를 차단할 기술이 없다. 긴 기간 동안 무중력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 역시 목숨을 걸 만큼의 모험이다.

설령 숱한 어려움을 뚫고 운 좋게 화성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가정해도, 정착이 불가능하다. 화성의 평균온도는 섭씨 -60도, 가장 낮을 때는 -150도 이하로 떨어진다. 이산화탄소 95%로 이뤄진 화성의 대기는 인간이 호흡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매우 희박해 해로운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없다. 강한 바람과 지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표면 중력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발비는 말한다. "도대체 왜, 지구를 떠나 심지어 남극보다 살기 어려운 화성에서 굳이 살아야 하는가?"
더구나 화성과 지구 간 교류는 일정 시간에만 길이 열리는 '발사 창' 때만 가능한데, 이는 화성에 한 번 도착하면 적어도 1, 2년 동안은 냉혹한 환경에서 버텨야 한단 뜻이다. 지구로부터 수시로 산소와 물자를 공급받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달리, 사실상 고립된 화성 정착지는 엄청난 양의 먹을거리와 물, 공기를 현지에서 수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저자가 우주 개발과 탐사 전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우주를 관측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교훈은 인류의 큰 자산이다. 다만 다른 행성에서 인류가 거주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력의 일부만 갖고도 지구 온난화나 자원 소멸, 식량 부족 등 현재 지구가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화성 거주민 100만명이 아니라, 수십억 인류와 다른 지구 생명체 전부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과학책이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마치 한 권의 철학 혹은 사회과학 서적 같다. 지구에서 그동안 인류가 저질러 온 확장과 착취를 지구 밖에서 반복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순 없다.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함께 지속 가능한 길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미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