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상 첫 선수 남녀비율 50:50… 코치진 비율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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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프랑스는 파리 올림픽이 사상 첫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강조한다.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이래로 처음으로 참가 선수 성비가 똑같은 대회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여성 선수들의 무대는 넓어졌지만 지도자·행정 분야에서의 불균형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 선수 성비 똑같은 최초의 '성평등 대회'
성평등 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도자·행정 분야 불균형은 여전
여성 선수에 대한 편견부터 바뀌어야한다는 지적도
공식 올림픽 방송사 OBS는 남녀 선수 촬영 지침도 수정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총 1만500명의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다. 남녀 선수가 모두 5250명으로 똑같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여성 선수 비율이 50%가 됐다.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에서는 단 한명의 여자 선수도 없었다. 올림픽을 출범한 피에르 데 쿠베르텡 남작은 스포츠가 '여성의 정숙함'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241명 선수단 전원이 남자 선수였다.
두 번째로 열린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여성 참가자가 등장했다. 중 22명의 여성 선수가 출전해 총 997명의 선수단의 2.2%를 차지했다. 당시 요트 선수 헬렌 드 푸르탈레스가 소속된 스위스가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최초의 여성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기도 했다.
70년 넘게 10%대에 머물러 있던 여성 선수 비율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이르러서야 20% 벽을 깼다. 이후 여성 선수의 참여는 빠르게 늘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40%대를 돌파했다. 반면 지도자 세계에서 변화는 부진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올림픽 코치진의 평균 여성 비율은 약 10%에 불과했다. 여성 선수 비율이 약 48%에 달한 2020 도쿄 올림픽조차 여성 코치진은 전체의 13%였을 정도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10%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번 올림픽의 여성 지도자 비율은 약 25%로 늘었지만, 선수단 성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행정 분야에서도 불균형은 남아있다. IOC 집행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아직 33%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나마 IOC 구성원의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IOC의 성평등 개선 노력의 결과로 2013년 23%에서 올해 41%로 증가했다. 수치상 성평등에 집중하기보다는 여성 선수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 아사히 신문은 언론에서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를 묘사한 표현을 비교했다. '강렬'과 '완벽'과 같은 단어들은 남자 선수 관련 기사에 더 많이 쓰였다. 특히 '호쾌'라는 표현은 남자 선수 기사에는 120번, 여자 선수 기사에는 21번 등장했다. 반면 '눈물', '미소' 등 외모와 감정에 관한 표현은 여성 선수들의 기사에 남자 선수 기사의 두 배 넘게 쓰였다. 이번 올림픽의 성평등을 위한 노력에 맞물려 미디어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공식 올림픽 방송사 OBS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내부 지침 수정해 카메라 기자들은 남자와 여자 선수를 똑같이 촬영하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과거 여자 선수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화면을 잡는 등 여성 선수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이 묻어난 보도를 막기 위해서다. 도쿄 올림픽 당시 22%였던 여성 해설위원 비율도 이번 대회에서는 38%로 늘렸다. 이아니스 에그사르코스 OB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일부 경기에서 카메라 기자가 남·여 선수를 다르게 화면에 잡아 여전히 여자 선수들을 향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단의 성평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올림픽을 보도하는 방식이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