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봉주, '앙금은 영원하다'?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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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서 '대리 충돌''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지배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전 대표가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한 '명심'을 명확하게 드러낸 뒤의 일입니다.
이재명 강성 지지층 "17년 전부터 반명"
정봉주, 적극 해명하며 좋은 인연도 소개
'명심'을 타고 급부상한 후보는 김민석 의원입니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의 '화끈한 밀어주기' 직후 김민석 의원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자신이 콕 찍은 김 의원이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의도적으로 '명심'을 드러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김 의원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김 후보에게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제 선거도 하느라 본인 선거를 못 해서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지지자들을 향해 김 의원 지지를 당부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김민석 밀어주기'가 정봉주 후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정 후보의 매서운 전투력 때문입니다. 정봉주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이 되어서 이 대표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모습이 안 그래도 '강성 일변도'인 민주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이 전 대표는 '중도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강성 이미지'나 '막말 리스크' 때문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각종 막말 논란 이후에도 별 탈 없이 금배지를 달았었기 때문입니다. '이대 성 상납 발언'으로 고초를 치렀던 김준혁 의원을 이 전 대표가 감쌌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의 '과거 악연'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약 17년 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당시로 돌아갑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정동영 후보 편에, 정 후보는 손학규 후보 측에 섰습니다. 당시 경선은 폭언은 기본, 난투극까지 벌어질 만큼 격앙된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정동영 후보 측은 '차떼기' 등 동원·조직 선거 의혹에 휩싸였고, 손학규 후보 측은 이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산·경남 경선이 열린 9월, 결국 폭행과 막말 공방까지 벌어졌습니다. 정동영 캠프 인사들이 모여 있던 부산의 한 식당에 정봉주 당시 의원을 비롯한 당시 손학규 캠프 소속 의원들이 들이닥쳤고, 선거인 명부 등 증거 사진을 찍고 이를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양측은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당시 양측에서 대표로 나서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사과를 요구했던 게 바로 이재명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입니다. 두 사람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까지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말싸움을 벌였었습니다. 이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후보를 대신해 '대리 충돌'한 셈입니다. 17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을 떠도는 '앙금은 영원하다'는 격언을 떠올리면, 두 사람이 그때의 일을 깨끗하게 잊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재명 전 대표의 화끈한 '김민석 밀어주기'의 뒷면엔 정봉주 후보와의 악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당시 상황을 공유하며 정 후보를 향해 "17년 전부터 반명이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명심'에 달렸다는 것을 아는 정 후보는 이런 내용을 직접 공유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상황입니다. 정 후보는 이 대표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17년 전이다. 대표님도 저도 푸릇푸릇했다. 그때부터 대표님과 인연이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지금은 (성질) 다 죽었다"며 이 대표와의 좋은 인연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