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트럼프 트레이드와 엔캐리트레이드, 양극화는 언젠가 해소되는 시장의 원리
입력
수정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여일의 대선 레이스는 후보간 엎치락뒤치락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며 누군가의 당선 여부에 따라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은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피곤한 전략입니다. 이에 대선과 별도로 투자 의사결정에서 상기해 볼만한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총격 사건 이전부터 미국의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시장은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이를 선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자산인 중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할만한 여건은 형성된 것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 밴스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 테슬라는 어닝쇼크를 구글은 AI 투자의 수익 전환 불확실성을 각각 노출하면서 빅테크 종목에 대한 시장의 센티멘트가 악화되었습니다. 오죽하면 ‘트럼프는 총알을 피했지만 그 총알을 빅테크가 대신 맞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빅테크 주가 흐름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악재인지는 의문입니다. 민주당 정부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이 이어졌었고,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공약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빅테크 업체들에게 분명 호재입니다.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실적과 유동성이 미흡한 업체일수록 한숨 돌리겠지만, 우량한 빅테크 기업에게 악재라고 볼 순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확산되면 ‘소외되었던 지방도 오른다’ 이지, 서울을 팔고 지방을 사느라 서울 집값이 떨어지고 지방 집값이 오르는 식으로 전개되진 않습니다.
다시 그래프로 돌아가보면, 트럼프 피격사건이 발생한 7월 13일 전까지 나스닥은 부담스러운 레벨에서도 상승세를 지속하였고, 비트코인은 MT Gox 및 독일 정부 보유물량 등의 오버행 이슈를 반영하며 상당한 조정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오르거나 내린 자산은 방향성을 바꾸고 싶은 핑곗거리를 찾게 되는 법인데, 때마침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는 이벤트는 조정의 구실이 된 셈입니다. 빅테크 주식 롱(매수) & 러셀2000 중소형주 숏(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숏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러셀2000 지수가 상승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헌데 일본의 2024년 1분기 일본의 GDP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로 역성장하였으며, 가계최종소비지출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자 앞으로도 금리인상은 힘들고 엔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거래입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은 엔캐리트레이드를 더욱 부추겼고 엔/달러 환율은 2024년초 달러당 140엔 수준에서 7월초 160엔까지 내달렸습니다. 마침 해당 기간동안 빅테크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으니, 헤지펀드들이 엔화를 빌려서 빅테크 주식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진행되었다는 설도 퍼졌습니다.
트럼프는 올해 4월 “34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엔저를 방치하고 있다”며 엔저는 미국에 엄청난 재앙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자 그의 발언이 재차 부각되면서 엔화 강세 전환의 트리거가 되었다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그러나 기저에는 엔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졌고 이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에 금리인상을 감행하게 되는 과정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엔캐리트레이드는 청산 압력이 높아지며, 빌렸던 엔화를 다시 갚는 과정에서 자산가격의 조정이 발생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올해 달러-엔 환율(붉은색)과 NVIDIA 주가(검은색)를 나타낸 것인데, 엔화 약세 기간 중 NVIDIA 주가가 견조하게 상승했으나, 7월 중순 이후 엔화 강세와 NVIDIA 주가 조정이 동행하는 모습입니다. 누구도 고점과 저점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빅테크 주가는 너무 오른 거 아니냐는 우려, 엔화 가치는 너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불안이 근저에 깔려 있기에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 이벤트에 방향성이 바뀌면서 변동성도 확대된 것입니다.
VIDIA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오르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에서 160엔까지 떨어지면 그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관성에 취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수가 관성에 취할 때면 시장은 ‘영원히 오르는 것도, 영원히 내리는 것도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상기시킵니다. 엔화 약세와 빅테크 주가 강세 추세에 편승하기 위해 엔화로 차입하여 빅테크 롱(매수) & 중소형주 숏(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기관의 경우, 뒤늦게 합류할수록 먹은 것보다 더 토해내는 후유증을 겪는 시점입니다. 시장은 내년 말까지 연준의 6~7회 금리인하를 선 반영 중인데 지나친 기대는 아닐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참여자들의 눈높이를 계속 맞출 수 있을까?
달러당 160엔에서 150엔까지 회복한 엔화가치가 좀더 강세 추이를 보일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와 별개로, 당분간 3가지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시장의 색깔이 변할 듯 합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운용1본부 이사
7월 13일 발생한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은 유가증권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6월말 1차 TV 대선토론회 등을 거치며 트럼프의 지지율이 다소 앞서 나가긴 했지만, 결과를 예단할 순 없는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피격 직후 피를 흘리며 군중에게 주먹을 치켜세우는 영웅적인 모습에 승부는 트럼프로 기울었다는 심리가 극대화된 것입니다. 이후 유가증권 시장의 달라진 흐름을 ‘트럼프 트레이드’라 부르며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 당선 수혜주를 찾기에 분주했습니다. 아무래도 미 대선이 100여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선 경기보다는 정책이 시장의 센티멘트를 지배하며 후보간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이 금리와 주가지수를 좌우할 것입니다.그런데 100여일의 대선 레이스는 후보간 엎치락뒤치락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며 누군가의 당선 여부에 따라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은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피곤한 전략입니다. 이에 대선과 별도로 투자 의사결정에서 상기해 볼만한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양극화 해소의 핑계를 찾고 싶었던 시장
아래는 올해 3월 이후 비트코인(붉은색 실선)과 나스닥지수의 변동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트럼프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7월 13일 이후 나스닥지수의 조정과 비트코인 반등세가 뚜렷합니다. 트럼프는 과거와 달리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기에 비트코인 투자 센티멘트 개선에 일조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잘나가던 빅테크 주가가 조정받고 중소형주 중심인 러셀2000 지수가 상승하는 자금 로테이션에 대해서는 사후적인 해석이 분분합니다.총격 사건 이전부터 미국의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시장은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며 이를 선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자산인 중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할만한 여건은 형성된 것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 밴스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 테슬라는 어닝쇼크를 구글은 AI 투자의 수익 전환 불확실성을 각각 노출하면서 빅테크 종목에 대한 시장의 센티멘트가 악화되었습니다. 오죽하면 ‘트럼프는 총알을 피했지만 그 총알을 빅테크가 대신 맞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빅테크 주가 흐름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악재인지는 의문입니다. 민주당 정부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이 이어졌었고,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공약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빅테크 업체들에게 분명 호재입니다.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실적과 유동성이 미흡한 업체일수록 한숨 돌리겠지만, 우량한 빅테크 기업에게 악재라고 볼 순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확산되면 ‘소외되었던 지방도 오른다’ 이지, 서울을 팔고 지방을 사느라 서울 집값이 떨어지고 지방 집값이 오르는 식으로 전개되진 않습니다.
다시 그래프로 돌아가보면, 트럼프 피격사건이 발생한 7월 13일 전까지 나스닥은 부담스러운 레벨에서도 상승세를 지속하였고, 비트코인은 MT Gox 및 독일 정부 보유물량 등의 오버행 이슈를 반영하며 상당한 조정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오르거나 내린 자산은 방향성을 바꾸고 싶은 핑곗거리를 찾게 되는 법인데, 때마침 트럼프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는 이벤트는 조정의 구실이 된 셈입니다. 빅테크 주식 롱(매수) & 러셀2000 중소형주 숏(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숏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러셀2000 지수가 상승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엔캐리트레이드, 소외된 엔화의 반격
엔화 약세로 일본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가 수입 가격 상승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에 미칠수 있는 영향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며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헌데 일본의 2024년 1분기 일본의 GDP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로 역성장하였으며, 가계최종소비지출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자 앞으로도 금리인상은 힘들고 엔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거래입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은 엔캐리트레이드를 더욱 부추겼고 엔/달러 환율은 2024년초 달러당 140엔 수준에서 7월초 160엔까지 내달렸습니다. 마침 해당 기간동안 빅테크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으니, 헤지펀드들이 엔화를 빌려서 빅테크 주식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진행되었다는 설도 퍼졌습니다.
트럼프는 올해 4월 “34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엔저를 방치하고 있다”며 엔저는 미국에 엄청난 재앙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자 그의 발언이 재차 부각되면서 엔화 강세 전환의 트리거가 되었다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그러나 기저에는 엔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졌고 이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에 금리인상을 감행하게 되는 과정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엔캐리트레이드는 청산 압력이 높아지며, 빌렸던 엔화를 다시 갚는 과정에서 자산가격의 조정이 발생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올해 달러-엔 환율(붉은색)과 NVIDIA 주가(검은색)를 나타낸 것인데, 엔화 약세 기간 중 NVIDIA 주가가 견조하게 상승했으나, 7월 중순 이후 엔화 강세와 NVIDIA 주가 조정이 동행하는 모습입니다. 누구도 고점과 저점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빅테크 주가는 너무 오른 거 아니냐는 우려, 엔화 가치는 너무 낮아진 게 아니냐는 불안이 근저에 깔려 있기에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 이벤트에 방향성이 바뀌면서 변동성도 확대된 것입니다.
VIDIA는 연초 대비 2배 이상 오르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0엔에서 160엔까지 떨어지면 그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는 관성에 취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수가 관성에 취할 때면 시장은 ‘영원히 오르는 것도, 영원히 내리는 것도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상기시킵니다. 엔화 약세와 빅테크 주가 강세 추세에 편승하기 위해 엔화로 차입하여 빅테크 롱(매수) & 중소형주 숏(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기관의 경우, 뒤늦게 합류할수록 먹은 것보다 더 토해내는 후유증을 겪는 시점입니다. 시장은 내년 말까지 연준의 6~7회 금리인하를 선 반영 중인데 지나친 기대는 아닐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참여자들의 눈높이를 계속 맞출 수 있을까?
달러당 160엔에서 150엔까지 회복한 엔화가치가 좀더 강세 추이를 보일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와 별개로, 당분간 3가지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시장의 색깔이 변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