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들이받힐까 무섭다"…고령 운전자 사고에 '공포'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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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68세 운전자 조작 미숙 결론
그사이 인천서는 70대 운전자에 2명 '참변'
시민들 "고령자 사고, 늘면 늘지 안 줄 것"
![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로 완전히 파괴된 차량.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ZK.37253417.1.jpg)
지난 7월 1일 밤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은 사고 한 달 만에 68세 가해 운전자의 운전 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액셀)을 밟았던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사진=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01.37240571.1.jpg)
연이은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 소식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시청역 인근 직장인인 이모씨는 "앞으로 당연히 고령 운전자발(發) 사고가 늘면 늘지, 줄진 않을 것 같다"며 "이제는 길 걷다 들이받힐까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다. 여의도 인근 직장인인 박모씨는 "미디어 노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급발진 사고라고 하면 차 결함보다는 고령 운전자가 먼저 떠올려진다"고 했다.
고령 운전자 수 증가에 비례해 이들이 야기하는 교통사고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면허소지자 1만명당,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제1 가해자로 낸 교통사고는 79.3건으로 20세 이하(120.8건)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 사고로 인한 1만명당 사망자 수는 1.8명으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조사처는 "고령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의 심각도(치사율)가 상대적으로 높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고령자의 운전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제한하는 건 큰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분명히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조건부 면허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적격성 평가' 체계를 강화하는 게 선진국들의 추세인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은 고령 운전자 관리를 위해 대부분의 주(州)에서 면허 갱신 조건에 '의료진 평가'를 포함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80세 이상의 면허 갱신 주기를 2년으로 하고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한국에서도 일본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22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자동차 급가속 억제 장치'를 장착하거나, 장착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 고령 운전자의 급가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하도록 하는 교통안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안전장치를 장착한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비용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는 교통안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면허 반납 제도 활성화, 치매인지선별검사(CIST) 및 적성검사 등 제도 개선,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여러 제도를 융합해 활성화해야 실제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운전면허제도의 보편적인 원칙은 '운전 능력에 따른 차등 허용'"이라며 "고령자 운전 적격성 평가 또한 이 원칙에 따라 운전허용 범위를 차등 적용하기 위한 과정으로 설계·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