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보다 30% 싸게" 승부수 던졌는데…인텔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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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대규모 감원, 4분기 배당 지급 않기로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 / 사진=AFP](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D.37094183.1.jpg)
인텔은 올해 2분기 매출액 128억3000만달러, 주당 0.02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으며 같은 기간 순손익은 14억8000만달러 순이익에서 16억1000만달러 순손실로 전환했다.PC용 칩을 만드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1년 전보다 9% 늘었으나, 최근 시장 관심이 집중된 AI용 칩 제조를 포함한 데이터센터와 AI 부문 매출이 30억5000만달러로 전망치(31억4000만달러)를 밑돈 타격이 컸다.
향후 전망은 더 문제다. 인텔은 3분기에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미치는 125억~135억달러 매출에 주당 0.03달러의 조정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악화 대응책으로 대대적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연내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명 규모 감원을 비롯해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연간 자본 지출을 20% 이상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힘 쏟을 방침이다.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고 아직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로부터 완전히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자평한 뒤 “비용 구조를 새로운 운영 모델과 일치시키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앞선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자사 AI 가속기 ‘가우디3’를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3분의 2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반도체 시장 1위 엔비디아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 승부수로 받아들여졌지만 엔비디아의 초강세에 밀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당시 칩 성능 강화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와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자체 생산시설을 갖춘 인텔이지만 가우디 칩 생산을 기술력이 뛰어난 TSMC에 맡긴 것이었다.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고 파운드리를 비롯한 연구·개발(R&D)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은 인텔로선 역시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