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도 폭발 걱정" 공포 확산…'전기차 화재' 진실은 [신정은의 모빌리티워치]

6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1일)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폭발 걱정됩니다" 지난 1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후 많은 독자들이 이런 우려를 보냈다. 특히 불이 난 차량이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QE 라는 점에서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여러 궁금증에 대해 알아보려한다.

▶전기차 화재는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국내에서 작년 기준 전기차 화재는 72건, 한 달에 6건 정도 발생했다. 지난 3년간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13명, 사망자는 없었다. 전기차 화재는 매년 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늘었다.이는 전기차 차량 보급 차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에서, 2021년 23만1443대, 2022년 38만9855대, 2023년 54만3900대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60만6610대)엔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60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사고가 더 잦은가?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더 높은 건 아니다. 지난해 소방청이 상반기 전기차 화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0.01%로 내연기관 차량의 0.02%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전기차뿐 아니라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 화재도 매년 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2021년 3517건에서 2023년 3680건, 2023년 3736건이 발생했다.
소방청
▶전기차 화재는 주로 언제 발생할까? 소방청이 지난 3년간 발생한 139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를 분석한 결과 운행 중에 발생한 화재는 68건(48.9%)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다른 화재로부터 연소가 확대된 경우를 포함해 주차 중(38건),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 견인 중(1건) 순이었다.

테슬러파이어닷컴이 2013년 이후 총 198건의 테슬라 전기차 화재 건 분석한 결과 충돌에 따른 화재는 69건이었다. 이중 정면충돌 58건, 하부 충돌 6건, 측면 충돌 3건, 후방추돌 1건, 낙하 1건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고속 충돌 화재는 내연기관차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지만 저속 하부 충돌 후 화재 사고는 전기차 고유의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차량이 방지턱 등에 긁히면 하부에 있는 배터리 셀이 손상되고,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무엇일까?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다수의 배터리 셀을 모듈로 구성한 배터리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 대한 확실한 화재 및 폭발 원인이 밝혀지진 않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지난달 8일에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Brief)'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위험요인은 열폭주, 좌초된 에너지, 유독성 및 가연성 기체이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화재·폭발에 대한 원인 규명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각종 결함이 제조, 이송 및 탈부착, 주행 및 충전, 충돌 등 어떤 과정에서 발생·확대되고 화재·폭발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석했다.▶전기차 화재가 주목 받는 이유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사고라는 점에서다. 전기차 사고가 날 확률은 낮지만,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배터리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이 어렵고, 단시간 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보험협회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매거진에서 ‘전기차 안전성 향상 필요성’이란 주제의 글을 통해 국내 여건상 전기차 충전설비가 건물 지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시에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어렵다.

6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1일)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 셀은 어떻게 불이 날까? 호주 국방부의 후원을 받는 EV 파이어 세이프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시 95% 가 배터리 측면으로 수평 화염을 내뿜는 제트 화염 형태로 연소하게 된다. 이때 화염의 온도는 1000℃ 이상이다. 이 화재가 주차장에서 발생한다면 급격한 속도로 연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에 불이 붙으면 리튬 배터리에서 오프가스(OFF-GAS)가 빠르게 발생하며 팝콘 튀기는 소리와 휘슬 소리가 들리고, 이후에 제트 화염이 관측된다고 전해진다..▶전기차 화재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글로벌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은 계속해서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하부 충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안전성 관련 체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증사업 중심의 안전성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배터리의 지속 가능성, 성능, 배터리 여권, 안전성 및 폐기물 관리를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미국 에너지부는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친 법률, 정책, 인센티브 정보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공급망 참여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가정 제품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 실증 테스트 및 평가 지원한다.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도 개선되고 있다. 국내 소방관서가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는 질식소화 덮개, 이동식 수조, 상방방사관창, 관통형관창, 수벽형성관창 등이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