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젠 사업부 매각, 삼성에피스와 협상 중단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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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신약 '레켐비' 기대이하 성과에 바이오젠 매각의지 '흔들'삼성바이오에피스와 자사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부 매각 협상을 벌여왔던 미국 바이오젠이 매각 절차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치매 신약 레켐비의 매출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유럽 허가 실패 등 돌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든든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있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치매약 부작용 우려에 유럽 허들 못 넘고 실적 개선도 과제
팔기로한 '시밀러사업'재평가…어려울 때 캐시카우 역할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젠과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M&A 협상은 최근 인수측과 매도측간 가격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작년 8월 시작된 M&A협상 초기엔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바이오젠이 가격을 급격히 올리며 협상 타결이 요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년전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바이오젠은 치매신약 '아두헬름'상업화 실패후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1000여명 직원 감축 등으로 어수선할때였다. 바이오젠은 신약 연구에 매진하기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유럽과 미국 시장을 책임질 직접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협상에 적극 나섰다.하지만 바이오젠은 기대했던 치매 신약 레켐비의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해지자 마음을 바꿨다. 바이오시밀러사업부를 당분간 안팔기로 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비바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가 받은 제안을 감안할때, 우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주주 가치를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레켐비는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조직내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자문기관인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레켐비에 대해 허가를 내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부작용 때문이다. 실제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투여 환자 12.6%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발생했다. ARIA는 약물을 사용했을 때, MRI 영삼 검사에서 뇌부종 혹은 뇌출혈 등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일부 환자에게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뇌에 출혈이 생기는 등 심각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매출이 3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던 레켐비의 지난 2분기 매출이 아직 4000만 달러에 머물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에자이측은 2032년까지 레켐비 매출이 8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사와 환자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바이오젠의 주가는 연초 대비 20% 떨어진 상태다. 미국 일라이릴리가 레켐비를 넘어서는 효능과 투약 편의성을 가진 치매신약 '키순라(도나네맙)'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민 것도 바이오젠의 마음이 급해진 배경이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사업부는 연간 8억달러의 매출을 내며 바이오젠 재무구조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젠의 2분기 바이오시밀러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억9800만달러를 나타냈다.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이번 M&A가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바이오젠이 장기적으로 다시 입장을 바꿔 협상에 나설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젠 바이오시밀러 사업부의 유일한 인수 후보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다. IB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가 전세계에서 많은 인수후보를 물색했지만 실질적인 인수 의지가 있는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재매각이 추진되더라도 협상의 주도권이 삼성측에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오젠은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해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합작사로 지분을 공동 투자한 오랜 ‘동맹 관계’이기도 하다.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 등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제품 판매 역시 바이오젠이 대행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202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3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