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세수 걱정할 게 아니라 '의무지출 예산' 성역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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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尹정부 건전재정 기조에
매년 재량지출 20兆 구조조정
복지비 등 의무지출은 손 못대
비중 급속히 불어나도 '무풍지대'
의무지출 구조조정 단행해야
미래 국가재정 유지 가능
강경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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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이달 말 정부 예산안을 편성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한다. 올해 지출 예산은 656조6000억원이다. 작년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이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따른 법인세 증가로 내년 재정수입이 올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이 더 들어오면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정부가 작년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4.2%다. 소상공인 지원 예산 등을 합치면 증가율이 5%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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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예산을 매년 10% 이상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야지만 지방교부금, 복지비 등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어서다. 의무지출은 매년 20조원 이상 불어난다.
올해 재량지출은 국방비(59조원)와 공무원 인건비(44조원) 등 경직성 비용을 합쳐도 총지출의 47.1%인 308조원이다. 나머지 52.9%인 348조원은 의무지출이다. 4대 연금과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복지 분야가 172조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내세웠던 각종 선심성 복지공약이 재정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자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와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이전 재원도 139조원에 달한다.정부 예산 구조조정이 의무지출은 놔둔 채 재량지출만 줄이는 방식이다 보니 각 부처의 신규 사업 예산 배정은 엄두도 못 낸다. 2027년까지 의무지출이 연평균 5.0% 증가하는 반면 재량지출은 2.0%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의무지출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한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교육청 등 이해 관계자들도 반발하는 탓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의무지출엔 손을 못 댔다. 윤석열 정부는 성역으로까지 불리던 R&D 부문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목하며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과학연구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재정 누수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R&D를 홀대한다는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 없이 추진하다가 큰 역풍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엔 제대로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연금·교육부문에 대한 3대 개혁을 본격 재개하는 것이 시발점이 될 것이다. 교육교부금 등 지방교부금의 성역도 깨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성패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