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국제 정세 제대로 보고 싶으면 지도를 보라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에밀리 오브리 외 지음
이수진 옮김 / 사이
274쪽|2만9800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스웨덴이다. 200년 넘게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스웨덴이 지난 2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등 긴장감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지도에 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2017년부터 TV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을 진행 중인 에밀리 오브리 등이 쓴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는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28개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120개의 지도와 함께 설명하는 책이다.발트해 지도를 펼쳐 보면 스웨덴의 상황이 단박에 이해된다. 스웨덴의 고틀란드섬은 북유럽 9개국이 접한 발트해 한가운데에 있다. 이 섬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마주하고 있으며, 노르트스트림 가스관도 이 섬의 앞바다를 지난다. 러시아와 북유럽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러시아는 앞서 2016년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포대를 배치했고, 이에 맞서 스웨덴은 군 복무제를 부활해 고틀란드에 군대를 투입했다. 스웨덴이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영토 확장에 집착하는 중국의 큰 그림도 보인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덕분에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 때문에 안보 위협을 받는 호주의 역설적인 상황이 지도를 통해 그려진다. 시리아 내전에 튀르키예와 러시아까지 참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폴란드가 2022년 유럽의 문제아에서 ‘귀중한 동반자’로 입지가 바뀐 배경은 무엇인지, 인도는 왜 세계적 강국이 되지 못하고 지역 강국에 머무는지 등에 관한 해답이 지도에서 나온다.

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등을 겪으며 2020년대의 세계는 “그 누구도 나머지 세계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한다. 빈번해지는 이상 기후 현상부터 새로운 전쟁터가 된 디지털 영역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연결된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지도와 지정학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한 권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28개국이 각각 가진 국제적·지정학적 이슈를 10쪽 내로 간략히 설명한다. 일독한 뒤엔 국제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