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동 거는 제주항공…LCC 지각변동 예고

덩치 키우기 나선 LCC 1위
"PEF가 지분 보유한 항공사 관심"
에어프레미아·이스타 인수 거론

M&A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땐
'자회사 진에어 연합'에 1위 뺏겨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가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 예고’로 시끄럽다. “사모펀드(PEF)가 지분을 보유한 항공사는 언젠가 매각 대상이 된다. 이런 M&A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메일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임직원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업계에선 PEF가 지분을 들고 있는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M&A에 성공하면 조만간 합병 절차를 밟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연합군, 최근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4개를 물려받은 티웨이항공과의 LCC업계 1위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A 군불 때는 제주항공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PEF가 지분을 보유한 LCC의 M&A 가능성을 담은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여기에 해당하는 LCC는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세 곳이다.

에어프레미아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AP홀딩스(지분율 43.6%)와 PEF인 JC파트너스(약 22%)가 주요 주주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김 회장과 문 대표가 JC파트너스 지분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AP홀딩스와 JC파트너스를 사실상 한 몸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투자회사인 만큼 보유 지분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이 많은 만큼 단거리 위주인 제주항공과 통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국내선 등 단거리 노선 위주인 이스타항공의 주인은 또 다른 PEF인 VIG파트너스다. 지난해 6월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IB업계에선 VIG파트너스가 최근 2년간 국민연금으로부터 펀딩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PE가 80% 지분을 보유한 화물전용 항공사로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했다. 다만 제주항공이 ‘LCC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에어인천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진에어 연합, 티웨이와 3파전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M&A를 거론한 건 그만큼 LCC업계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다. 경쟁자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 후 20년째 지켜온 LCC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위기에 몰렸다.먼저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연합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이들 LCC는 연내 모기업이 통합하면 순차적으로 하나가 된다. 이렇게 탄생하는 통합 LCC는 매출(작년 기준 2조4785억원), 승객 수(5144만 명), 보유 항공기(58대) 등에서 제주항공(매출 1조7240억원·승객 수 1230만 명·보유 항공기 42대)을 압도한다.

제주항공을 위협하기는 티웨이항공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내놓은 유럽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을 모두 넘겨받은 데 이어 미주지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1조3488억원이던 티웨이항공 매출이 내년 1조8000억원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예림당(29.74%)에 이어 최근 2대주주로 올라선 대명소노그룹(24.9%)이 경영에 참여하면 호텔, 콘도 등과의 시너지로 몸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덩치를 키워야 효율이 높아지는 항공산업 특성상 제주항공도 M&A 기회가 오면 적극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여기에 성장세가 둔화된 석유화학 및 생활용품보다 미래가 밝은 항공업에 투자를 집중하려는 애경그룹의 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후/차준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