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복서' 임애지, 金펀치까지 '원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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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승리로 최소 동메달 확보“결승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3년전 도쿄올림픽 때 첫판서 패
"복싱은 직업…직장인처럼 버텨"
임애지(25)는 한국 여자복싱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따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일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복싱 54㎏급 8강전에서 콜롬비아의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를 맞아 심판 5명 중 3명의 표를 받아 3-2로 판정승했다. 준결승에 진출한 임애지는 동메달을 확보했다.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 없이 준결승 패자 2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한국 복싱 역사상 여성 선수로는 첫 올림픽 메달이다. 아울러 한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2012 런던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종전 한국 복싱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임애지를 지도하며 파리올림픽에 함께 온 한순철 코치(40·은메달)다.
한국 복싱에 새 역사를 쓴 임애지는 동메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여자복싱 최초의 타이틀이라 더 뜻깊다”면서도 “코치님들이 8강전을 앞두고 1승만 더하면 메달이라고 얘기했지만 저는 3승을 하겠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다짐이었다.
임애지는 전남 화순초 5학년 때 취미로 복싱을 접했다. 우연히 본 여자 복서가 멋있어 복싱을 배운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임애지는 스스로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그의 주특기인 빠른 스텝과 왼손 스트레이트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한국 여자복싱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되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7년 유스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첫판에 탈락했다. 임애지는 “도쿄 대회 이후 한순철 코치님이 ‘파리올림픽까지 3년 남았다’고 말해 힘이 쭉 빠졌다”며 “너무 힘들어서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쿄 때는 대학생이었고, 항저우에서는 실업팀에 입단해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니까 버텼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임애지는 한국시간 4일 오후 11시34분에 하티제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그는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며 “준결승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