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 음악계의 쇼팽 같은 음악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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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음악 대가 유키 구라모토 인터뷰명상과 관조의 세계로 청자를 편안하게 끌어들이는 음악. 뉴에이지 음악에 대한 짧은 정의다. 그 중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는 뉴에이지 음악은 뿌리가 꽤 깊다. 이는 1960년대 서구권에서 시작돼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한국에 상륙해 지금까지도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1999년 한국 데뷔를 한 이래 2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유키 구라모토(73)가 대표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그의 데뷔 앨범 수록곡 ‘레이크 루이스’는 90년대 청소년이었던 이들에게 향수와도 같은 곡이다. 체르니 30번, 모차르트 소나타 7번과 같은 곡을 연습하던 피아노 학원에서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으로 아이들을 연습시키곤 했을 정도로 당시 그 인기는 돌풍에 가까웠다.“서울 초연 후 한국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려고 매년 한국에 오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알려주는 제 팬들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요, 서울이 압도적입니다. 도쿄는 다섯 손가락 안에도 안들어요, 하하.”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팬들의 여전한 사랑이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유키 구라모토는 다음달 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야외 클래식 페스티벌(이하 파크 콘서트)에 참가한다. “이번 파크 콘서트에서는 처음으로 저를 알게 되는 손님들을 위해 한국 분들께 친숙한 곡들로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열었던 피아노 독주회와는 다르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점은 특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키 구라모토는 지난 20여년간 서울 뿐 아니라 한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연주회를 열어왔다. 지난해 어느 농촌의 시골길에서 풀벌레와 함께 연주한 모습을 기록한 유튜브는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대중은 여전히 뉴에이지 하면 유키 구라모토를 떠올린다. 그런데, 애매하면 다 뉴에이지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최근에는 이 장르에 엮이는 음악가들이 많아졌다. 유키 구라모토도 이런 변화를 인식한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의 곡에 대해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불리기보다는) 클래식 피아노와 가까운 ‘이지 리스닝’ 음악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래식 피아노 곡과 자신의 곡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서는 “들을 때 마음의 준비”를 꼽았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만큼의 마음의 부담이 없고 사전 지식이 필요없는게 제 음악의 장점이죠.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오랜 사랑을 받은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피아노만으로 승부한 쇼팽 존경"
다음달 6일 서울 올림픽공원서 파크 콘서트 참여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위해 피아노 솔로곡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유키 구라모토는 단 한번도 그런식의 대중화를 지향한 적이 없다. "어떤 콘텐츠의 수단이 되어 유명세를 얻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적이 없어요. 음악 자체가 독립적인 존재면 좋겠습니다. 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에요." 그래서일까. 들을 때 편안한 음악을 만들지만, 작곡할 때는 성실한 태도로 임한다. 연주회가 없을 때는 계속 악보를 들여다보며 작곡을 이어간다. 클래식과 가까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프레데릭 쇼팽이다. 피아노만으로 승부를 본 위인이라서다. 쇼팽은 작곡할 때 제목조차 생각하지 않고 피아노를 위한 작곡 그 자체에 열중한 인물이다. 쇼팽과 같이 피아노를 위해 천착 중인 유키 구라모토가 저작권협회에 등록한 곡은 350여개나 된다. 그는 “아무리 많은 연주회를 열어도 매회 다른 곡들로 선곡할 수 있다”라며 “고유 레퍼토리가 많다는 게 제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유키 구라모토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접했지만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으로 석사를 취득한 공학도 출신이다. 대학시절 생활비를 벌고자 어릴 때 익힌 피아노 실력으로 라운지바, 재즈클럽서 연주한 경험이 프로 음악인으로 활동하는 거름이 됐다. “물리학 공부를 그만두고 하루 아침에 음악가가 된게 아니에요. 계속 음악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있어서 음악의 길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음악에 대해서 평생 진지했다는 태도를 보여준 대답이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