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수익을 종업원에게 나눠줄 때 사장 만큼 줘봤더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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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나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의류회사 '터널비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매들린 펜들턴이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교훈이 담겼다. 1986년생 저자는 오늘날의 경제 질서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고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기성세대가 이야기하는 합리적인 소비 생활이란 것은 애초에 이들이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와이즈베리. 436쪽.
"주거비는 월 소득의 25%만 지출하라는 조언은 과거에는 현명하고 지혜롭게 들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됐을 때 (중략) 그 기준에 맞추려면 314달러만 내야 하지만, 현재 미국 평균 임대료는 월 1253달러로 거의 4배에 달한다."책에는 위 문장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는 더딘데 학자금과 주택 가격은 너무 빠르게 오른다" "생활비는 늘어나는데 MZ세대의 임금은 과거에 비해 적다"는 것 등이다.
펜들턴은 자본주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도 자본주의를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책에 실린 15가지 자본주의 생존 기술이란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이용하자는 전략이기도 하다. 저자는 본인이 평생에 걸쳐 자본주의의 냉엄함 속에서 길어올린 교훈을, 독자들의 시간 절약을 위해 친절히, 한편으로는 충격을 주며 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유년 시절의 잦은 이사, 학자금 대출, 사회 초년병 시절에 찾아온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사업상 생긴 빚 때문에 자살한 연인의 이야기까지 저자에게 자본주의는 생사가 걸린 문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금융위기로 직업을 잃고 자신의 의류회사 '터널비전'을 차린 그는 아메리칸 드림에 자신을 투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빚은 없는 게 좋다. 집은 사는게 현명하다. 저축을 꾸준히 하고 소비는 줄인다는 경제 관념을 지켰다.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곱씹어보고 자신의 회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한다. 그는 과거 자신에게 최소한의 급여를 주는 걸 목표로 한 상사가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 자신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했다. 또 가능한 많은 임대료를 받는 것이 목표인 집주인을 떠올리며 직원들이 월급을 충분히 모을 수 있도록 회사의 이익을 나눴다. 간단히 말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일해서 잉여수익이 생기면 모두에게 즉시 분배하는 방식을 지속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회사를 운영하는 CEO들에게 "직원들이 실제로 생활하기에 충분한 급여를 받는 것을 혁명적으로 느낄 일은 아니다"라며 "사업체를 공정히 운영하려면 재정의 모든 것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모든 사람에게 노동의 대가를 균등히 지급하라"고 말한다. 펜들턴은 자본주의 내 진정한 생존 방식은,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고 이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책의 내용을 마무리해 나간다.그의 주장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주변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도록 조금의 유연함을 발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덜 개인적이고 덜 탐욕스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을 위한 금융'을 쓴 저자 파코 드 레온은 이 책을 "픙부한 개인적 경험과 힘들게 얻은 재정적 교훈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지침서"라고 평가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