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인정받기' 아닌 '이해하기'

황인호 바운드포(Bound4) 대표
“센터장님 아니었으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얼마 전 한 인공지능(AI) 콘퍼런스에서 9년 전 인터뷰한 애널리스트를 다시 만났다. 그는 추상적인 국제 정세와 산업 동향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표현으로 풀었다. ‘미국’과 ‘사우디’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자동차산업 현황과 방향을 피력했다. ‘언어’가 메신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는 걸 현장에서 체감했다. 기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표현에서 ‘말과 글’이 지닌 매력을 느꼈다.대학생 시절 일간지 인턴기자로 활동했고 경제연합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졸업 후엔 AI 관련 회사에서 사업 기획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고교 시절엔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인정’이었다. ‘기자’는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내신문 동아리 활동을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한 통상교섭본부장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현안 질문을 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다. 누구도 내가 가진 열정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기사를 읽은 뒤 친구들과 선생님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언론계가 아닌 낯선 업계로 발을 들였다. 대단한 욕심이 아니었다. ‘기술’로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일관됐다. 과거 ‘기자’로서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사업가’로서 꿈을 이루겠다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목표가 명확하면 나아갈 방향도 분명하다. 주변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인정’보단 자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삶의 ‘본질’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주변 사람들은 나의 행적에 의아해한다. 들쑥날쑥한 커리어 패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일간지에서 일한 경험은 명확한 사실 관계 파악에 큰 힘이 됐다. 기술에 관한 학술 논문을 읽어도 어렵지 않다. 사업 기획 실무를 하면서 경영에 대한 이해 부족을 체감해 시작했던 경영학 석사과정은 체계적인 ‘시스템 내재화’에 도움이 됐다. 상당수 고객이 AI 도입 과정에서 법리적인 고민을 하는 모습에 진학한 박사과정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된다.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며 연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믿어야 합니다.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돼 이어질 거라고. 길을 따라 점들이 연결될 거라는 믿음은 여러분의 마음을 따라갈 자신감을 심어줄 겁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연설 ‘Connecting the Dots’가 전하는 참뜻을 미약하게나마 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