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원전' 개척자로 떠오르는 어드밴건설

오스트리아 DOKA와 제휴

K원전 바닷가에만 건설 경험

'사면이 육지' 체코 수주 계기
담수 원전 시장 확 커질 듯
어드밴, 내륙용 냉각탑 개발 착수

"원전 中企 기술력 지원 절실"
원자력발전소 외벽을 만드는 데 특화된 어드밴건설이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오스트리아의 콘크리트틀 전문 제조사 DOKA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달 30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내륙 원전’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다. 바닷물을 이용할 수 없는 국가에서 원전을 지으려면 담수를 냉각수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에 맞는 냉각탑이 필수다. 어드밴건설 관계자는 “체코에 건설될 예정인 내륙 원전이 한국 원전 산업의 또 다른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수 원전’은 새로운 도전

체코 원전의 최대 난제는 바닷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원전의 대부분은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냉각수를 확보하기 편한 데다 재난 발생 시 안전성 측면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국내 원전 역시 전부 해안가에 지어졌다. ‘1호 원전 수출’ 기록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도 페르시아만 해수를 냉각수로 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원전업계는 ‘내륙 원전’에 대한 트랙 레코드가 없다.원전업계 관계자는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체코 원전 수주는 K원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드밴건설이 DOKA와 제휴한 배경이다. 1868년 설립된 DOKA는 주로 폐열을 냉각하기 위한 설비인 석탄·가스 화력발전소용 냉각탑을 제조해왔다. 어드밴건설은 콘크리트틀을 제조하는 DOKA의 기술력이면 원전용 냉각탑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어드밴건설 관계자는 “현재 원전용 냉각탑이 설치된 곳은 독일 링엔 원전과 러시아 칼리닌 원전 등 두 곳뿐”이라며 “독일은 탈원전 기조 때문에 링엔 가동을 중단했고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제재로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내륙 원전의 유일한 수출 국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얘기다.

체코 수주 낙수효과 아직 멀어

2005년 설립된 어드밴건설은 국내 철스크랩 및 철강재 판매·가공 회사인 기전산업의 주요 계열사다. 2006년 신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했고 울진 원전도 준공·납품했다. 울산 신고리 원전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수출형 신형 연구용 원자로 공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경쟁력을 인정받은 덕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에서 경제사절단으로 선정됐다.전문가들은 ‘K원전 르네상스’를 구가하려면 어드밴건설 같은 기자재 업체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원전 업체 두산에너빌리티가 400여 개 협력 회사에 발주한 계약 물량은 2019년 1200억원대에서 2021년 7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2022년부터 새울 3·4호기 공사가 재개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두산의 협력사 발주액은 2022년 1541억원으로 반등했고 지난해에는 2500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는 협력사 발주 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붕괴한 국내 원전 생태계는 아직 복구되려면 멀었다”며 “원전이 정쟁거리가 된 탓에 중소기업으로선 설비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