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로봇 동선 꼬이자 'AI처방'…소리·온도로 이상징후 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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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리서치 데이터 기반 생산성 향상
시스템 호환·군집로봇 한번에 제어
원프레딕트 설비 유지·정비 강점
근로자 경험치까지 수치화해 분석
마키나락스 수백대 로봇 모니터링
최소 5일전 불량 잡아내 고장 대비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기업당 최대 2억 지원
산단공 DX지원프로그램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DX 정책이 산업단지 전체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면 중소벤처기업부는 개별 기업의 DX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산업부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DX 정책은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전략 1.0’이다. 제조업 생산성을 2030년까지 20% 이상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업종별 AI 자율제조에 필요한 역량 확보를 위해 민간 투자를 유치해 5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AI 자율제조 생태계 조성을 위해 1만3000명의 전문인력과 250개 이상의 전문기업도 육성한다.산업부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을 통해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도 하고 있다. 입주 기업의 DX에 수반되는 자금, 인력, 인프라 부족 문제를 지원한다. 현재 18개 산단이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됐고, 2027년까지 25개로 확대된다. 이 사업은 기획 단계에서 제품과 생산라인의 설계를 지원한다. 생산 과정에서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가공해 기업의 DX 고도화를 지원한다. 유통 단계에선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통해 최적화한 물류 환경을 지원한다. 기업은 DX 초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중기부의 대표적인 DX 정책은 ‘선도형 스마트공장(정부일반형) 구축지원 사업’이다. 낙후된 공정 개선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장 구축과 자동화장비를 지원한다. 모집 공고는 매년 1월 초에 나오며 한 달간 신청을 받는다. 신청 방법은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에 접속해 과제 신청 메뉴에서 제출서류를 내려받아 작성하면 된다. 기업은 인력 현황과 실적을 입력해야 하며 사업신청서와 사업자등록증명원을 첨부해야 한다. 최종 선정될 경우 기업당 최대 2억원을 지원받는다.
중기부는 올해 ‘자율형공장 구축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이는 기업당 최대 2년간 6억원의 정부 지원을 통해 공장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와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작업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제조 선도사업이다. 선정된 기업은 AI를 통해 생산 과정을 실시간 확인하고 모의실험을 통해 제품 불량과 안전사고를 예방한다.강경주 기자
DX의 꽃…다양한 '제조AI 솔루션'
수도권에서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A전자가 무인 운반로봇(AGV) 3대를 도입한 것은 5년 전이다. 공장의 물류 작업에 도움이 됐지만, AGV끼리 동선이 꼬여 교착상태가 잦았다. 이런 상황에서 A전자는 늘어난 생산량을 고려해 AGV를 추가로 도입하려 했으나 기존 운반 로봇과 시스템이 호환되지 않아 통합 관제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해결한 게 제조 소프트웨어 기업 다임리서치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양한 물류 로봇을 통합 제어하고 최적의 동선을 찾아냈다.제조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용 AI 기반 제조 솔루션 기술이 디지털전환(DX)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공장 자동화 시대를 뛰어넘은 ‘AI 자율제조’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조업의 AI 도입 비율은 9.3%로 전 산업 평균(14.3%)을 밑도는 수준이다.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력으로는 알아내기 어려운 문제점을 찾아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한국의 제조회사 대부분이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도화가 시급해지면서 산업용 AI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조 AI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대표적 기업 중 한 곳이 다임리서치다.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가 2020년 창업한 이 회사는 주로 공장의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특화돼 있다. AI를 활용해 다양한 물류 로봇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군집 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천장에 설치된 레일로 물건을 나르는 물류 자동화 설비(OHT)를 비롯해 자율 이동로봇(AMR), AGV 등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트윈을 적용한 가상 검증 기술을 통해 공장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주로 반도체 공정과 전기차 조립라인 등에 기술을 적용했으나 최근 중견기업의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다.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2016년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제조 현장에서 수집한 소리, 진동, 온도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통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예지하는 ‘설비 종합효율(OEE)’에 특화된 AI 솔루션 기업이다. 제조 설비의 불량 여부를 사전에 감지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 유지 정비 분야에 강점이 있다. 윤 대표는 “산업용 AI를 활용하면 경쟁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제조기업 근로자들이 쌓은 암묵적 경험치까지 수치화해 분석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키나락스는 자동화 기계 동작의 품질 분석과 이상 예측 등 산업용 로봇에 특화된 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생산 공정과 환경에 특화된 맞춤형 AI 모델을 통해 장비 이상을 최소 5일 전에 탐지하는 기술을 갖췄다. 400여 대의 자동화 조립 로봇의 동작품질 통합관리를 통해 고장에 대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AI의 저력은 챗GPT 같은 범용 분야가 아니라 제조 설비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며 “저출산 등의 여파로 제조업의 인적 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 현장에 특화된 AI운영 프로세스를 구축해 숙련공들의 암묵지를 시스템화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덜컥 로봇 도입했다간 폭망합니다…로봇대리점 SI와 '디지털트윈' 활용해야
'로알못' 기업들은 어떻게…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중견·중소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대체할 로봇 도입에 나서고 있다.로봇 시장의 활동 주체는 로봇 제조사,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업, 수요 기업 등 크게 세 개로 분류된다. 로봇 제조사는 산업용로봇, 협동로봇, 서비스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로보스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국내 대표적 로봇 제조사다.
수요 기업이 제조 현장에 로봇을 들여놓고 싶다고 곧바로 제조사에 연락하지 않는다. 각 제조사와 연결된 로봇 SI 기업이 대리점 역할을 하는 구조다. 수요 기업은 이곳과 소통한다. SI 기업은 인테리어 시공 업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요 기업의 공정 특성과 요구 사항에 맞춰 로봇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 설치, 시운전, 유지보수를 책임진다.
4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로봇 관련 사업체는 4505개다. 이 중 로봇 SI 기업은 649개로 전체 14.4%를 차지하고 있다. 90% 이상이 연매출 10억원 이하로 영세한 편에 속한다. 제조업 분야에 특화된 로봇 SI 기업으로는 빅웨이브로보틱스, 뉴로메카, 클로봇 등이 있다. 이외에 분야별 특화 로봇 SI기업이 수백 곳으로 로봇산업진흥원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로봇 솔루션 플랫폼 기업 마이로봇솔루션이 100개 로봇 자동화 적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로봇 한 대를 도입할 때 평균 8500만원이 필요했다. 로봇 종류와 도구, 센서류, 주변기기 등에 따라 1000만~5000만원 정도 편차가 난다. 여기에 설치를 위한 공임비와 SI 기업 이익을 더하면 값이 더 올라간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용 로봇 비용도 떨어지는 추세다.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공정의 장점이 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조 현장에 들여놓기 전 공장 작업 흐름과 생산 공정을 디지털트윈 기술로 면밀히 분석해 어떻게 활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 현장에 선도적으로 배치한 CTR은 투입 전 준비 과정만 2년 이상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산업이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로보월드 같은 박람회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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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창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