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선제 대응"…재무 영향 보고서 쏟아진다

LGU+, 업계 첫 보고서 발간
작년 저탄소 제품에 426억 투입
SKB·SK證·현대건설도 반영

업계 "공시 의무화 2년 더 미뤄야"
LG유플러스 직원들이 경기 안양 평촌2 데이터센터에서 친환경 냉방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압박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ESG가 재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ESG 관련 비용을 미리 평가해 경영에 반영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2026년 이후로 예정된 국내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을 두고선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LGU+ “저탄소에 426억원 투입”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기후위기가 재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2013년부터 매년 발간해오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별개로 국제회계기준(IFRS)의 공시 기준인 S1과 S2 요구사항에 맞춘 보고서를 따로 냈다. S1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재무 정보를, S2는 기후 관련 공시를 작성할 때 쓰이는 기준이다. ESG가 경영에 미치는 요인을 정리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보다 까다로운 재무 정보를 요구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S1을 내년, S2를 2026년 의무화하는 게 목표다.이번 IFRS S1·S2 보고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저탄소 제품·서비스 도입에 지난해 426억3700만원을 썼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데이터센터(IDC)인 평촌2센터의 외기 냉방, 고효율 모터 도입, 온실가스 감축 설비 투자 등에 쓰인 금액이다. 탄소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부채는 28억6900만원이 잡혔다. LG유플러스는 “기후 관련 공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기후가 재무에 미칠 영향을 보고서로 정리했다”며 “폭우, 산불, 태풍 등으로 설비 운영이 중단되는 경우의 기회비용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도 앞다퉈 국제 기준을 반영한 ESG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SK브로드밴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면서 IFRS S1·S2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 ISSB가 요구하는 공시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 네 가지 틀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했다. 증권업계에선 SK증권이 지난 6월 최초로 IFRS S2 권고안을 따른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S1·S2 기준을 적용했다.

“공시 의무 2028년 이후로”

ESG가 재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는 ESG 공시 의무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산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4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이달까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KSSB는 국내 ESG 관련 공시 기준을 마련하는 기구다.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안을 내년부터 순차 도입하려 했으나 2026년 이후로 공시 도입 시기를 늦춘 상태다.업계에선 ESG 공시 제도 안착에 앞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6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협회 등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25곳을 대상으로 ESG 공시제도 관련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시 의무화 도입 시기가 2028년 이후가 돼야 한다고 답한 기업은 58%에 달했다. ESG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과 매출 규모, 종업원 수 등을 반영한 공시 관련 세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발적 공시를 촉진하는 지원책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