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경기 급랭·중동 전면전 위기…'초대형 먹구름'이 몰려온다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심상치 않다. 갑작스러운 미국발 ‘R(경기 침체)의 공포’에 세계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중동에선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반(反)이스라엘 연대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어느 하나만 현실화해도 한국 경제를 단숨에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태풍급 뇌관’이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7월 고용동향은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5~7월 미국 실업률 평균은 4.13%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 3.6%에 비해 0.53%포인트 높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학자 클로디아 삼이 제시한 ‘삼의 법칙’에 주목하고 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0.5%포인트 높으면 불황이 온다는 것이다. Fed의 다음달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고, 한꺼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수가 부진하지만 부동산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딜레마’에 빠진 우리 상황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침체는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에도 직격탄이다. 중동에선 1973년 4차 중동전쟁에 이어 ‘5차 중동전쟁’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된다. 전쟁이 확전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폭등하고 물류 대란이 가중돼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하는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이 엄중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부는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역성장(-0.2%)한 이후 내수가 얼어붙고 수출이 주춤하지만,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다. 22대 국회는 개원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극한의 정쟁에 매몰된 탓에 여야가 합의 처리한 민생 안건이 전무하다. “위기감이 없는 게 진짜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쓰나미급 대외 악재가 몰려오는 만큼 경각심을 높이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