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지원" 내민 손, 악담으로 뿌리친 김정은

우리 정부가 지난 1일 수해를 입은 북한 이재민에게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호응은커녕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며 오히려 적대감을 쏟아냈다. 호의로 내민 손을 뿌리치는 걸로도 모자라 악담까지 퍼부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신의주 등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우리 언론 보도를 놓고 김정은은 “인명 피해가 1000명을 넘는다는 둥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략선전에 집착하는 서울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고 비난했다. 또 “침수 피해가 가장 컸던 신의주 지구에서 인명 피해가 한 건도 나지 않은 건 기적”이라며 피해 축소에 급급한 모습까지 보였다.

김정은이 밝힌 대로 인명 피해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면 다행이지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 제의마저 모략과 연결해 비난하는 북한 정권의 옹졸함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침수 현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물살을 가르며 수재민 구조를 지휘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연출하면서도 피해 주민에게 도움이 될 외부 지원에는 묵묵부답인 이중성을 드러냈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지원 의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무기 거래로 부쩍 관계가 가까워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만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관계”라고 선언한 김정은이 우리의 이번 지원 제의를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의로 내민 도움의 손길을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뿌리치는 것을 보면서 옹졸한 지도자를 둔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