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권 로펌 합병해 시장 재편…매출 키울 자회사 설립도 검토"

황윤구 동인 경영총괄 대표

업계 1~5위가 매출 70% 독식
변호사 대등해도 양극화 심각
판 새로 짜 공정하게 경쟁할 것
“현실에 안주하는 세상은 끝났습니다. 법률 시장은 10위권 대형 로펌 간 합병으로 완전히 재편돼야 합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법무법인 동인의 황윤구 경영총괄 대표변호사(63·사법연수원 19기·사진)는 4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불문율처럼 이어진 대형 로펌 간 순위를 뒤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황 대표는 지난 5월 1일 취임 이후 합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10위권 로펌을 주요 타깃으로 삼되 20위권 일부 로펌과도 물밑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인력 투자를 앞세운 ‘네트워크 로펌’의 성장세에 맞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3조5000억원 규모의 법률 시장은 1~5위 로펌이 매출의 약 70%를 독식하는 등 기형적으로 과점돼 있다”며 “소속 변호사들의 실력이 대동소이한데도 기업 법무팀이 면책성으로 5위권 로펌을 선임하는 경향이 강해 매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굳어졌다”고 지적했다.황 대표는 “5위권 로펌에 마법 같은 필승 전략이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종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엎고 새로 판을 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방식으로는 지주사 설립을 통한 브랜드 간 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두고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동인이 송무에 강점이 있는 만큼 자문 역량이 강한 로펌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그는 “사건 수임에 급급해 브로커를 고용하거나 납세를 누락하는 등 탈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곳은 배제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황 대표는 동인의 첫 판사 출신 대표다. 2004년 검사 출신인 이철 명예대표 변호사가 창립한 뒤 동인은 줄곧 검사 출신이 이끌어왔다.

그는 2년 임기 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세무, 특허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자회사 설립도 검토 중이다.

동인은 최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발굴하는 사건기획위원회를 신설했고, 로펌업계 최초로 대변인단을 꾸려 언론과의 소통 강화에도 나섰다.황 대표는 “적극적인 사건 발굴과 홍보를 통해 진정한 대형 로펌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