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1위' 공산당 서기장에 또럼 주석

부패 수사 주도한 40년 공안통
집단지도 체제 약화 우려 커져
"베트남의 시진핑 되나" 목소리도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또럼 국가주석(사진)이 선출됐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전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푸쫑 서기장 후임으로 또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또럼 주석은 2016년 공안부 장관을 맡았고 지난 5월 권력 서열 2위인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꾸준히 차기 공산당 서기장 후보로 거론돼온 그는 지난달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건강 문제로 치료에 집중하면서 서기장 업무를 수행해왔다.

또럼 주석은 이날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이전 지도자의 업적을 계승해 외교 정책에 변화를 꾀하지 않고 사회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또 “누구든 가리지 않고 부패 척결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1957년 베트남 북부 흥옌성에서 태어난 또럼 주석은 공안부에서만 40여 년간 근무한 ‘공안통’이다. 베트남 내 시민운동 등을 적극 진압해온 강경파 인사로 꼽힌다. 또럼 주석은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부패 범죄 척결 수사를 주도해왔다.

일각에선 또럼 주석이 향후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베트남 전통의 집단지도 체제를 약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 체제가 된 중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베트남을 이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권력 서열 1∼4위인 최고 지도부가 권력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체제는 개인에 대한 권력 집중을 줄이고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AFP통신은 “또럼 주석이 반부패 수사를 무기 삼아 정치국 내 서기장이 될 자격이 있는 경쟁자를 체계적으로 쓰러뜨렸다”고 전했다.

다만 또럼 주석이 국가주석직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는 “베트남 내 여러 관리와 외교관은 또럼 주석이 서기장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산당이 새 주석을 지명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며 “그가 국가주석직을 겸직하면 권력을 강화해 베트남을 시 주석의 중국처럼 더 독재적 방식의 리더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