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교금 땄다"는 의원들, 알고보면 '숟가락 얹기'

지자체가 행안부 신청해 받는데
의원 영향력 없는데도 치적 홍보
같은 지역서 "내가 확보" 주장도
“OOO 의원, 특별교부금 O억원 확보 ‘쾌거’.”

지난주 여야 국회의원 수십 명이 앞다퉈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지역과 금액만 다를 뿐 ‘내가 나서서 지역구에 예산을 따냈다’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민의힘에선 △박덕흠 의원(85억원) △유상범 의원(72억원) △박형수 의원(64억원), 더불어민주당에선 △문금주 의원(59억원) △황명선 의원(54억원) △박수현 의원(53억원) 등이 50억원 넘는 특교금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명목은 다양하다. 문화센터 건립, 정원 조성 등 지역구 현안에 국비가 수억~수십억원씩 지원됐다는 것이다.

발표만 놓고 보면 의원들이 직접 힘을 써서 특교금을 확보한 것처럼 비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교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계획을 세운 뒤 중앙 부처에 신청해서 받는 시스템이라 의원과 직접적인 협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담당자는 “지자체별로 재정 상황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뒤 사업을 심사해 배분한다”며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교금을 받았다고 자랑한 의원 중 상당수는 초선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갓 넘었다. “지역구민에게 잘 보이겠다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치적으로 홍보한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홍보 경쟁이 과열되며 급기야 같은 지역에서 서로 “내가 특교금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대전 중구에 특교금 8억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이장은 국민의힘 대전시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둘 중 하나는 치적을 위해 주민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 같은 ‘홍보 경쟁’이 벌어지는 건 특교금 제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2015년부터 지방재정365를 통해 지자체별로 특교금 지원 날짜와 사업명, 교부 규모 등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교부 과정은 여전히 ‘깜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교금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교부됐는지 제3자가 따져볼 수 있어야 비정상적인 특교금 홍보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 특별교부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금 중 일정 조건을 붙이거나 용도를 제한해 주는 돈이다. 재해가 있거나 지역 내 공공시설 보수가 필요한 상황 등 특별한 수요가 있을 때 행정안전부의 심사를 거쳐 교부된다. 지자체 살림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주는 자금으로 볼 수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