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침체 시그널에…"Fed, 연내 금리 3번 내릴 듯"

예상 뛰어넘은 '고용 냉각'

7월 실업률 4.3%…3년來 최고
인텔 26% 폭락 등 증시도 한파
버핏, 올해 애플 주식 절반 매도

"파월, 7월 금리 동결은 실수"
월가 "Fed 대응 늦어" 지적 속
"2분기 성장률 견조" 신중론도
미국의 고용 지표 악화로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급락한 지난 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난감한 표정으로 주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고용지표가 연이어 시장 전망치 아래로 나오자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길목에 섰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7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정책 실수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로 견조한 만큼 섣불리 침체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용 지표 일제히 악화

3일(현지시간) 월가에 따르면 최근 잇달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차갑게 식고 있는 고용시장을 나타냈다.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7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12만2000명 늘어났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1월(11만1000명) 후 6개월 만의 가장 작은 증가폭이었다.

특히 7월 실업률이 치솟으며 경기 침체를 가늠할 수 있는 ‘삼의 법칙’이 발동했다. 미국 경제학자 클로디아 삼이 내놓은 이 법칙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으로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실적 부진도 나타나고 있다. 인텔은 1일 2분기(4∼6월) 128억3000만달러의 매출과 주당 0.02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129억4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주당 순이익도 전망치 0.10달러를 밑돌았다. 인텔 주가는 2일 26.05% 급락하며 5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올 들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날 공개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6월 말 기준 애플 주식을 842억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1743억달러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7월 실기, 9월 빅컷 해야”

월가 일각에서는 Fed가 7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고용시장 냉각이 본격화했기 때문에 오는 9월에라도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 융유 BMO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대응은 이미 늦었고 금리는 과도하게 제한적”이라며 “9월 금리 0.5%포인트 인하는 따라잡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도너비디언 CIBC프라이빗웰스 CIO는 “Fed가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기 때문에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2분기 GDP 증가율(속보치)은 연율 기준 2.8%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와 지난 1분기 증가율(1.4%)을 크게 웃돌았다. 고금리 기조에도 소비 지출과 재고 투자가 늘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실업률 역시 올랐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며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가 곤경에 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인터뷰에서 ”Fed는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며 7월 고용지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