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20년 젊어진 것처럼 행동하라 시켰더니 [서평]

젊어졌단 생각이 신체 기능 향상시켜
노화와 질병의 해결책은 '마음챙김'

엘렌 랭어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를 했다. 그는 노인들에게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하라고 주문했다. 20년 전 처럼 그 시절 뉴스와 영화를 보게 하고, 무거운 짐 나르기와 설거지, 빨래 등을 직접 하도록 시켰다. 불과 일주일 뒤 노인들은 젊어졌다. 청력과 기억력을 비롯해 관절 유연성과 악력 등 각종 신체 기능이 향상된 것이다.

랭어 교수는 그의 책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에서 "노화는 늙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온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 책에서 몸과 연결된 마음이 어떻게 암, 당뇨, 만성 질환 등을 피하고 극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랭어 교수는 건강 심리학의 권위자로, 긍정적 사고와 인식의 변화를 통해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40년 넘게 연구해 왔다.

저자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과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한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이 나쁘고 건망증이 심하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령의 성인들에게 상기시켰을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기억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가까운 사람도 당뇨병 전단계라는 소식을 듣고 나면 실제로 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대로 긍정적인 정보와 인식은 몸을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랭어 교수가 호텔 청소 직원들을 상대로 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랭어 교수는 직원들에게 그들이 하는 노동이 실제 유산소 운동의 동작과 비슷하고, 일을 하면 마치 운동을 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 정보를 들은 직원은 듣지 않은 직원보다 체중 감소, 체질량 감소, 혈압 감소 등 긍정적 신체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노화와 질병 문제의 해결책으로 '마음챙김'을 강조한다.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의 걱정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사고방식이다. 이어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방법이다.

예컨대 저자는 기억력 감퇴를 우려하는 노인들에게 자신의 기억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평가하고 기록하게 했다. 이렇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기억력 감퇴 현상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질병과 노화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알아차리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둠으로써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신체를 가질 수 있단 설명이다. 저자는 건강하게 나이들기 위해선 식사법이나 운동법보다 생각하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