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해도 숨 막힌다"…'한국 킬러' vs '양궁 천재' 대기실 [2024 파리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 선수 대기실 모습. (출처=세계양궁연맹 인스타그램)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32·청주시청)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 끝에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3관왕 영예를 안았다. 막판까지 각축전을 벌인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36)과 4.9mm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린 가운데 결승전을 치르기 직전 두 선수의 대기실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우진과 엘리슨이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남자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대기실에 머무르던 모습을 세계양궁연맹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것이다.공개된 사진에는 이우석(27·코오롱언더)의 동메달 결정전을 위해 자리를 비운 박성수 감독 대신 임동현 코치가 김우진 옆을 지키고 있다.

대기실 내부 모니터에 이우석의 상대였던 플로리안 운루(31·독일)가 비치는 것으로 보아 결승전 직전 모습으로 추정된다.

김우진과 엘리슨은 마주 보는 자세로 앉아 있다. 엘리슨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동메달 결정전을 지켜보는 반면, 김우진은 양손을 모으고 멍하니 앞만 주시하고 있다. 사진만으로도 극도의 긴장감 속 차분함을 느낄 수 있다.이에 네티즌들은 "가림막도 없이 어색한 순간이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힌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김우진은 슛오프 명승부 끝에 6-5로 엘리슨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뜻깊은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쥔 후 공동 취재구역에 들어선 김우진은 "이제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는 단어를 얻었다. 이제는 (내가 봐도) 조금은 고트라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김우진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까지 금메달을 수확해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등극했다. 남자 선수만으로 한정하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다.

김우진은 "많은 선배, 현역으로 있는 제 후배들 등을 다 통틀어서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난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 은퇴 계획도 없다"며 "4년 뒤에 있을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니 오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는 다 과거로 묻어두겠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거듭 말했다.
사진=뉴스1
김우진은 이날도 역전의 사나이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5라운드부터 엄청난 승부가 펼쳐졌다. 세트 점수 4-4에서 김우진이 먼저 30점 만점을 쏘자 엘리슨도 이에 질세라 30점을 쐈다. 슛오프에 돌입했고 김우진은 먼저 10점을 쐈다. 엘리슨도 10점을 쐈지만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중앙에 아주 조금 더 가까웠다. 화살부터 정중앙까지의 거리가 김우진은 55.8㎜, 엘리슨은 60.7㎜로, 그렇게 승부가 갈렸다.

금메달리스트가 확정되는 순간 두 선수는 서로를 예우했다. 엘리슨은 먼저 김우진에게 다가가 축하를 건넸다. 김우진은 "브래디는 세계적으로 봐도 정말 완벽한 양궁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김우진은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브래디와 김우진이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누가 메시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김우진은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따낸 한국 '최고의 궁사'로 우뚝 섰다. 앞서 4개씩을 따낸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을 뛰어넘은 성과다.한국은 양궁 대표팀의 활약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0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에 여자 개인전 은메달 1개, 남자 개인전 동메달 1개를 합쳐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