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살 만큼 샀다"…요즘 잘나가는 '금수저룩'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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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56회
과시 않는 럭셔리 '올드머니룩' 선호하는 이유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올 초 자사 소속 브랜드인 로로피아나를 두고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는 로고 없이 간결한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를 특징으로 하는 초고가 제품들을 주로 판매해 일명 ‘억만장자를 위한 유니클로’로 불린다.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을 보유한 LVMH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양새지만 그중 로로피아나는 건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세계적으로 불황이 닥치면서 명품 소비도 사그라들고 있지만 '조용한 럭셔리'로 불리는 패션 업계 유행만은 지속되는 분위기다. 조용한 럭셔리는 국내에서 일명 '올드머니룩' 혹은 ‘금수저룩’이라고 불리는데, 브랜드 로고를 크게 드러내지 않아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기는 어려우나 고급스러운 소재와 우아한 핏으로 '올드머니', 즉 대대로 부를 축적해 온 상류층이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을 칭한다.
팬데믹 기간 넘쳐나는 유동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명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올 상반기 대부분 최악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LVMH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1%대에 머물렀다. 구찌, 생로랑 등의 모회사 케링그룹도 2분기에 11%에 달하는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 매출은 19%나 감소했다. 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같은 올드머니룩 트렌드의 배경에는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이고 경기 침체가 다시 도래하면서 부의 과시를 자제하는 소비 의식이 자리 잡았다. 화려하고 튀는 옷보다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트렌달리스틱스에 따르면 작년 북미 지역 백화점이나 패션 전문점 등 소매업자들은 로고가 많이 들어간 제품을 전년 대비 40%가량 적게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머니룩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도 상당하다. 한동안 SNS에선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뉴머니(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이 기존 부자들과 동조하기 위한 심리로 로고 플레이가 성행했는데 이에 대한 반동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패션매체 BoF는 “SNS를 통해 패션 지식을 충분히 접한 최근 고객들은 마르지엘라의 스티치나 구부러진 못 모양의 까르띠에 팔찌, 프라다의 역삼각형 로고나 디올 특유의 퀼팅을 로고 없이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