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비닐로 만든 미술관'…리움과 샤넬이 함께 띄운다

에어로센 서울

서울 용산서 모은 비닐봉지로
기구 만든 다음 태양열로 띄워
작품명은 '무세오 에어로솔라'

생태사회 정의 운동 이끌어 온
토마스 사라세노의 프로젝트
2009년 오스트리아 빈 21세기 하우스 박물관에서 선보인 ‘무세오 에어로솔라’. 리움 제공
예술 작품이나 럭셔리 명품이 기후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작업 및 미술관 전시로 자원이 낭비되거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환경에 해를 입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과 명품이 오늘날 기후위기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무세오 에어로솔라’, 이탈리아 프라토페치미술관, 2015. 리움 제공
예술가들도 모두 함께 살아 숨 쉬는 시대를 향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가 한국을 찾는다. 재사용 비닐봉지로 만든 비행물을 태양열로 공중에 띄워 생태계 보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대안 미술관 ‘무세오 에어로솔라’가 주인공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인 리움과 명품 브랜드 샤넬의 협업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5일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에 따르면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의 일환으로 토마스 사라세노(사진)와 에어로센 파운데이션이 함께하는 ‘에어로센 서울’이 오는 9월 29일까지 열린다.

아이디어 뮤지엄은 리움이 지난해 12월 샤넬컬처펀드의 후원을 받아 선보인 중장기 퍼블릭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의 주요 의제인 포용성과 다양성, 평등, 접근성을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 미술관의 사회적 책임과 미래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사라세노는 공기역학, 생물학, 천문학 등 과학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간, 기술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선보여 왔다. 사라세노가 시작한 ‘에어로센’은 전 세계 예술가뿐 아니라 지리학자, 철학자, 기술자, 사상가 등이 모여 생태사회 정의를 위한 공동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학제 간 커뮤니티다. 2007년 무세오 에어로솔라 작업으로 첫선을 보인 에어로센의 활동은 현재 43개국, 126개 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리움과 에어로센은 ‘무세오 에어로솔라’ ‘에어로센 백팩 워크숍’ ‘패널 디스커션’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생태사회 정의 운동에 동참하는 흐름을 이끌 계획이다. 리움에 따르면 미술관이 있는 서울 용산구의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 약 5000개의 비닐봉지를 수집해 띄우는 무세오 에어로솔라를 진행한다.이후 수거된 비닐봉지를 오리고 붙이는 패치워크 작업을 거쳐 환경에 대한 참여자의 관심을 드로잉과 메시지로 표현할 예정이다. 이 작업을 통해 폐기물로 간주되는 비닐봉지가 환경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를 담아내는 연대의 매개체로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리움은 캠페인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광주, 경기, 대구, 대전, 부산, 제주 등 지역 미술관과 함께 ‘에어로센 백팩 워크숍’도 펼치고 있다. 에어로센 백팩은 화석 연료 없이 오직 태양열로만 하늘을 부유하는 에어로솔라 조형물의 휴대용 비행 키트로, 워크숍 참가자는 생태사회 정의에 관한 각자의 메시지를 하늘로 띄운다. 지역과 서울을 유연하게 연결하고, 공기를 매개로 한 느슨한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9월에는 생태사회 정의와 기후 부채를 논의하는 패널 디스커션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에어로센을 향해 파차와 함께 날다’ 상영, ‘에어로센 뉴스페이퍼’ 한국어판 발간 등으로 공론의 장을 연다. 리움 관계자는 “‘에어로센 서울’로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공기 안에서, 공기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사유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