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에 실망한 워런 버핏…깨져버린 30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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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게이츠 재단 운영에 불만30년 이상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의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이츠, 블로그에 버핏 언급 안해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버핏 회장은 게이츠 자선단체에 20년 가까이 기부해 왔으나 지난해 돌연 유산을 재단에 기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두 사람 관계가 끝났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NYT는 “버핏 회장은 게이츠재단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해 기부를 중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버핏 자녀들도 만장일치로 버핏 회장이 남긴 주식은 게이츠재단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 회장은 사후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두고 10년 이내 전액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게이츠 창업자 역시 2010년 블로그를 시작한 후 매년 버핏 회장과 함께한 비디오,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글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단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두 사람 관계는 1991년 게이츠 창업자의 모친 메리 게이츠가 버핏 회장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35세이던 게이츠 창업자는 “주식 브로커를 만나기 싫다”고 했지만 둘은 가까운 친구가 됐다. 게이츠 창업자와 버핏 회장은 골프와 탁구를 함께 치고 2004년 게이츠 창업자가 벅셔해서웨이 이사회에 참여하기도 했다.2006년에는 버핏 회장이 기부금 중 가장 큰 비중을 게이츠 창업자와 그의 전 부인이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버핏 회장의 재산 평가액은 약 440억달러로 게이츠 창업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NYT는 “버핏 회장은 벅셔해서웨이의 자산 관리자를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2000년 MS 최고경영자(CEO)에서 은퇴한 게이츠 창업자를 자선 사업 관리인으로 선택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버핏 회장은 2023년까지 게이츠재단에 390억달러를 기부했다.
두 사람은 생활 방식 등에서도 차이가 컸다. 버핏 회장은 오마하에 크지 않은 집 외에 캘리포니아에 별장 단 한 채만 소유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지만 게이츠 창업자는 고급 주택을 소유하고 값비싼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등 억만장자의 삶을 보냈다. 또 버핏 회장은 게이츠 창업자 사생활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