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서 뺀 돈 '파킹 투자'로…금리·채권 ETF에 뭉칫돈

증시 피난처를 찾아라

하루만 맡겨도 이자 지급
원금손실 위험 적어 각광
'양도성예금ETF' 한주 1010억
CMA계좌 한달새 1.1조 유입

공포지수 추종하는 ETN 급등
개인투자자가 증시에서 대거 돈을 빼는 가운데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형 ETF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미들이 증시 폭락이라는 파도를 피하기 위해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들 상품에 돈을 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에서 돈 빼 안전자산 ETF로 피신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증시의 투자자예탁금은 53조8679억원이었다. 지난달 1일 58조3105억원에서 한 달여 만에 4조4426억원이 줄었다. 상승장이던 6월 한 달간 4조973억원 늘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국내외 증시가 비틀거리며 도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처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개인 대상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지난달 1일 72조2169억원에서 이달 2일 73조3358억원으로 1조1189억원 증가했다. CMA는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 금리형 ETF에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주(7월 29일~8월 2일) ‘KODEX 1년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로 1010억원이 순유입됐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029억원)에 이어 지난주 ETF 자금 순유입 2위다.이 상품은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만기 금리만큼의 수익률을 매일 지급한다. 투자금을 잠시 묻어두는 용도로 많이 쓰여 ‘파킹형 ETF’라고도 불린다. 또 다른 금리형 ETF인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도 지난주 각각 702억원, 433억원이 순유입됐다. 변동성이 작은 ‘TIGER 단기채권액티브’(408억원), ‘PLUS 단기채권액티브’(329억원) 등으로도 자금이 흘러들었다.

전문가들은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CE KRX 금현물’ ETF는 최근 한 달 사이 3.97% 올랐고 ‘KODEX 골드선물(H)’은 2.22% 상승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ETF 시장에서 미국 국채 장기물과 귀금속 등을 제외하면 상승한 ETF가 매우 적었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VIX ETN 급등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을 내는 상품들이 급등했다. ‘삼성 S&P500 VIX S/T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7100원에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 기준으로 보면 48.07% 올랐다. 이 상품은 미국 뉴욕증시 변동성지수(VIX)의 선물 지수를 추종한다. VIX 선물 지수는 이날 39% 급등해 30.63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변동성지수 추종 ETF도 급등세를 기록했다. ‘프로셰어즈 VIX 단기 선물’(VIXY) ETF는 최근 5거래일 사이 34.76% 상승했고, 레버리지형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 선물’(UVXY)은 같은 기간 53.02% 올랐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 VIX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약 4년 만”이라며 “그만큼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