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도 줄줄이 하락…브렌트유, 작년말 이후 최저

구리 값은 두달새 17% 떨어져
中 건설불황에 철광석도 약세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한 가운데 원유 선물 가격은 경기 침체 우려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경기 바로미터인 구리를 비롯해 철과 알루미늄 등 금속 원자재 역시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5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선물은 개장 후 몇 시간 만에 약 1.3% 하락해 장중 배럴당 75.8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12월 후 최저 수준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9월물 역시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지난 2일 마감가인 배럴당 73.52달러에서 1% 이상 떨어져 장중 배럴당 72달러대로 급락했다. 원유 선물 가격은 중국 경기 침체 심화와 미국 고용 상태 악화 등을 반영해 7월 초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보고서를 인용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인 OPEC+가 오는 10월 이후 자발적 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예고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구리 가격은 두 달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전기동) 현물은 2일 t당 8977달러에 거래됐다. 5월 t당 1만857달러에서 17.3% 내린 수준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됐으나 관련 정책이 잇따라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축소한다고 공언한 데 이어 6월 유럽연합(EU) 의회 총선거에서 강경 우파 진영이 득세하자 EU의 넷제로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철광석 가격도 중국 건설 경기 불황에 미국의 경기 하강 우려가 겹쳐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초 북중국 철광석(Fe 62%) 현물가격(CFR)은 t당 102.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연초 t당 143.9달러에 비해 30% 가까이 낮다. 알루미늄 가격도 이날 t당 2254달러를 기록하며 5월 2767달러와 비교해 18.5%가량 하락했다. 금 가격만 이날 트로이온스당 2427달러로 전고점에 견줘 1% 낮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며 고공 행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