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의학으로 만나는 그림… 미술 관련 신간 3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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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제자가 그린 또 다른 모나리자한 폭의 그림엔 그 안에 담긴 사람과 물건의 비밀부터 그것을 그린 화가의 인생까지, 수많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다. 수백년 전 그림과 화가에 관한 새로운 해설서가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최근 명화의 숨은 이야기를 읽어주는 신간이 세 권 나왔다.
모네는 그림 그리다 백내장 얻어
흑인 노예 정물화에 담은 화가
<하루 5분 미술관>은 유명 화가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와 명화에 담긴 뒷이야기 등 25편을 담은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 외에도 다른 모나리자가 3점 더 있다. 더 젊고 가냘픈 모습의 '아일워스의 모나리자'와 다 빈치의 제자가 그렸다는 '프라도의 모나리자', 다 빈치가 그리다 만 그림을 제자가 완성했다는 '베르농의 모나리자' 등이다. '베르농'의 모나리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애지중지한 그림으로도 알려졌다.이 책에 실린 화가에 대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모네의 이야기다. '빛의 화가'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은 모네가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추구한 빛의 변화에 따른 사물의 변화를 연속적으로 포착한 걸작들이다. 모네는 빛에 따른 변화를 잡기 위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빛과 사물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한 번에 이젤을 10~12개까지 늘어놓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몇 년에 걸친 이런 작업의 결과 모네는 화가로선 치명적인 안과 질환인 백내장을 얻었지만 수술도 거부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건초더미'를 다시 보면 화가의 끈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예술과 의학을 접목시킨 책도 나왔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신의 의학전문기자가 쓴 <명작 속 의학>이다. 명작에 담긴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겪은 육체적·심리적 질병을 탐구한 책이다. 질병이 작품에 묘사된 방식을 통해 예술의 또 다른 면모를 독자에게 이해시킨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화풍은 중년의 나이에 질병을 앓기 전과 앓은 후로 급격히 달라진다. 난청에 이명, 현기증, 환청, 우울증 등을 겪은 후 고야의 그림은 기쁨과 빛의 캔버스에서 공포와 유령의 화면으로 바뀐다. 그밖에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으면서 본래 섬세했던 선이 거칠게 바뀌었다. 미세한 그림자와 섬세한 얼굴 표정, 근육 움직임 등을 표현했던 에드가르 드가의 작품도 화가가 망막 질환을 앓으며 후기로 갈수록 검고 거친 윤곽과 굵은 그림자 라인들이 화폭을 차지하게 됐다.<사유하는 미술관>은 그림에 담긴 당시의 사회상을 읽는 '그림 역사책'이다. 그림은 미학적 목적이나 예술적 가치 외에도 그 시대와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흑인 노예가 그려진 정물화가 대표적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줄리앙 반 스트리크는 해외에서 들여온 진귀한 과일과 값비싼 꽃 등 사치품 사이에 흑인 하인을 그려넣어 주만자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그림들을 다수 그렸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부산물로 영국 런던을 뒤덮은 스모그는 역설적으로 안개에 사로잡힌 신비로운 도시 풍경화를 탄생시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