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교회 지을 때는 마치 콘서트홀처럼 소리를 따졌다 [서평]

사운드 오브 뮤직

박은지 지음
디페랑스
352쪽|3만2000원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장.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
중세 교회를 지을 때 중요한 고려 요인은 소리였다. 교회 음악에 어울리는 잔향 시간 5~10초다. 소리가 풍부하게 울리다 천천히 사라져야 한다. 넓은 실내와 높은 천장, 돌로 만든 단단한 내부 재질은 이를 위한 구조였다. 반면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 음악은 명료한 소리가 특징이다. 소리가 안 울리는 작은 방에서 연주가 이뤄져야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소리의 과학을 다룬다. 다른 말로 음향학이다. 책을 쓴 박은지 씨는 이 분야 전문가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이화여대, KAIST, 서울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추가로 땄다. 지금은 서울대 등에서 강의하며 기업 등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고, 분석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일반인을 위한 음향학 개론서 성격의 책이다. 콘서트홀을 다룬 부분이 눈길을 끈다. 콘서트홀은 음향학의 지식을 총동원해 만들어진다. 어떤 음악이 연주되는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대의 콘서트홀은 잔향시간 1.8~2.0초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에어컨 소리 등 소음을 억제해야 하고, 각 연주자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합주할 수 있게 연주자가 듣는 소리는 지나치게 지연돼선 안 된다.
콘서트홀은 직사각형, 원형, 부채꼴형 등 형태가 다양하다. 좌석이 부채꼴로 펼쳐진 콘서트홀은 한국에서 가장 흔하다. 많은 관객을 수용하면서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단점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채꼴 모양의 홀은 대부분 음향학이 아직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인,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설계되었으므로, 반사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여 적용하지 못한 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유형의 홀은 음향학적으로 다양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콘서트홀의 트렌드는 다시금 19세기의 직사각형 홀로 돌아가는 듯하다.”‘슈박스형’이라고도 하는 직사각형 콘서트홀은 유럽에 많다. 측면 벽이 초기 반사음을 전달해 공간감을 풍부하게 해준다. 소리가 선명해 청중이 무대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많은 좌석을 배치하기 어렵고, 반사음을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와 건축이 까다롭다.

빈야드형은 관객석이 무대 주위를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다. 한국에선 서울 롯데콘서트홀이 빈야드형으로 지어졌다. 관객이 무대에 가깝고 시야를 가리지 않지만, 음향의 균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음향학 기초 책이다. 애매한 부분도 있다. 많은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