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돕고 산업현장 사고 방지…웨어러블 로봇 시대 '성큼' [긱스]

커지는 착용형 기기 산업

위로보틱스, 보행 보조 로봇 개발
만드로, 로봇 의수로 CES 혁신상

에어백 조끼가 건설 근로자 보호
메디띵스는 배뇨장애 환자 도와

웨어러블 시장, 2년내 41조 전망
"임상 간소화 등 규제 혁신 필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는 지난 6월 보기 드문 행사를 열었다. 서울 아차산에서 ‘웨어러블 로봇 하이킹데이’를 개최했다. 행사 참가자는 위로보틱스의 보행 보조 로봇 ‘윔’을 입고 산을 올랐다. 1.6㎏ 무게의 윔을 허리와 다리에 착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윔은 착용자의 근력, 균형, 자세 등의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기자

스마트워치에서 로봇으로

몸에 각종 기기를 착용하는 웨어러블 산업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워치에서 로봇 등으로 관련 기기도 다양해졌다. 건강 관리, 건설 현장 사고 방지 등 쓰임도 늘었다. 관련 산업을 국내에선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웨어러블 기기 보유율은 2019년 3.9%에서 지난해 25.9%로 높아졌다. 대부분 스마트워치다. 그만큼 웨어러블 기기가 흔해졌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24시간 혈압 상태 등을 분석하는 디지털 반지 ‘갤럭시 링’을 공개하는 등 웨어러블 기기가 한층 더 다양해진 모습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은 2021년 162억2300만달러(약 22조4104억원)에서 2026년 301억5300만달러(약 41조6593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는 로봇이다. 성능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면서 사용처가 다양해졌다. 위로보틱스는 무동력 허리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윕스,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 등을 개발했다. 기존 산업용이나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고령으로 근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등산객 등이 활용한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대중이 일상에서 만나는 첫 웨어러블 로봇이 위로보틱스의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하고 있다”고 말했다.휴카시스템이 개발한 보행 재활 로봇 휴카고는 운동 장애가 있는 환자가 걷는 것을 돕는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로봇보조 정형용 운동장치’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받았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쉬운 사용 방법과 재활 훈련 기능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CES 혁신상 휩쓸어

휴로틱스의 웨어러블 로봇 ‘에이치 플렉스(H-Flex)’도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에이치 플렉스는 몸이 불편한 환자 대상의 맞춤형 재활 로봇 슈트다. 팔, 다리, 허리 등 사용자가 원하는 부위에 관련 구동 모듈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2분 이내에 최적의 로봇 작동 패턴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로봇 의수 전문기업 만드로는 사고로 손이나 팔을 잃은 장애인을 위한 로봇 의수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공개한 손가락 의수는 CES 2024의 장애인 접근성 분야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만드로는 자율주행 로봇용 손과 팔도 개발 중이다.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웨어러블 방광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하는 메디띵스는 지난 3월 카카오벤처스와 디캠프로부터 투자받았다. 투자액은 비공개다. 메디띵스는 배뇨장애 환자가 손쉽게 도뇨·배뇨를 관리할 수 있는 방광 모니터링 기기 ‘메디라이트’와 맞춤형 배뇨장애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메디라이트를 복부 밑에 부착하면 방광 내 소변량을 측정할 수 있다. 김아람 메디띵스 대표는 “배뇨장애 환자의 치료와 자유로운 활동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소 운동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라이덕은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라이덕은 스마트워치로 수집한 자전거 이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운동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마트워치 기반의 개인 맞춤형 복약 관리 서비스를 개발한 인핸드플러스는 지난해 메이플투자파트너스, 스트롱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았다. 인핸드플러스는 이용자의 행동과 복용 약 등을 분석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산업 재해도 막는다

산업 현장을 지키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링크플로우는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의 360도 카메라를 개발했다. 건설 현장의 근로자가 사용하는 ‘넥스 360’은 롯데건설 등 건설사 30여 곳이 사용 중이다.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외부와 공유해 현장 관리자와 근로자가 소통하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용자가 기기의 SOS 버튼을 누르면 현장 관리실에서 긴급 알람을 받아 대응할 수 있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사람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발열이 있어선 안 되고 무거워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안전 솔루션 스타트업 세이프웨어는 추락 시 에어백이 터지는 조끼 ‘C3’를 판매하고 있다. 조끼에 장착된 센서가 추락을 감지하면 인플레이터(팽창 장치)가 0.2초 안에 에어백을 부풀려 머리와 목, 척추 등을 보호한다. 근로자가 최대 7m 높이에서 떨어져도 큰 부상을 피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이프웨어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전국 건설 현장에 C3를 공급했다.

최근 웨어러블 기기 산업의 성장은 관련 규제가 완화된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20년부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환자 데이터 수집을 허용했다. 하지만 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규제가 풀렸다고 보긴 힘들다. 상당수 웨어러블 혁신 제품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다 보니 정식 판매 허용 기간이 2~4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사례가 거의 없어 사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체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낮은 착용 로봇 등은 정부가 필수 임상시험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