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매매'가 시장 변동성 키운다

공포지수 치솟자 기계적 매도
하락이 다시 매물 불러 '악순환'
AI기술 발달로 거래 규모 급성장
최근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급등락하는 요인으로 알고리즘 거래가 거론되고 있다. 미리 정해둔 조건만 충족하면 주식과 채권 매매 주문을 쏟아내기 때문에 급등락장에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외신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상당수 엔 캐리 트레이드 펀드는 알고리즘 거래 기법을 핵심 투자 전략으로 활용한다. 알고리즘 매매는 미리 설정한 규칙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계량 분석에 기반한 퀀트 전략을 쓰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알고리즘 매매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 대상은 현물 주식에서 주가지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까지 다양하다. 지난주엔 엔화 가치 급등이 알고리즘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익명의 아시아 펀드 투자자를 인용해 “알고리즘 신호에 따라 주식을 거래하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난주 일본은행(BOJ)의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강세가 예상되자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의 동반 폭락을 촉발한 것은 공포지수로 여겨진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지난 5일 아시아 주식시장 개장 직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자 이와 연동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주식이 급락하고, 이에 따른 지수 하락이 다시 프로그램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을 형성했다는 것이다.AI 알고리즘 스타트업 크래프트의 김형식 대표는 “사람은 한번 결정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알고리즘은 미리 정해둔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주저하지 않고 거래한다”며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할 때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AI 투자 전략이 정교해지며 알고리즘 거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알고리즘 거래 규모는 2021년 160억1000만달러(약 22조1400억원)에서 2031년 600억달러(약 82조5200억원)로 연평균 14%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