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탈출" 개미들 허겁지겁 팔 때…큰 손들은 사들였다

미국 증시 반등, 개인은 팔고 헤지펀드 저가매수 러쉬

"이번 급락은 기술적, 심리적인 요인 때문"

기업 실적 등 펀더멘탈 양호
사진=Reuters
미 증시에서 수조 달러의 매도 주문이 쏟아진 지난 5일 큰손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주가 급락 시기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저가 매수에 뛰어들었다. 한국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도 지난 며칠 간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들이 매도한 주식을 개인들이 사들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등의 전략은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반기 내내 주식 팔던 헤지펀드, 매수 전환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 그룹의 프라임브로커리지(PBS)가 집계한 데이터를 인용해 "초보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지난 5일 헤지 펀드들은 지난 3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개별 주식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PBS는 대차거래, 신용 제공, 자문 등 헤지펀드가 요구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5일 정보기술(IT) 업종 주식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등 기술주의 거의 모든 부문 종목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술주를 대거 사들였지만, 헤지펀드 업계 전체의 기술주 보유 비중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헤지펀드들은 의료, 필수재, 인프라(민영화된 기반시설 운영기업)주 등을 순매수한 반면 소비재, 부동산 금융주 등은 매도했다.JP모간의 분석에서도 기관 투자가들은 S&P500지수가 3%가량 급락한 지난 5일 140억달러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 트레이더들이 연중 최악의 하락장에서 매수에 뛰어든 것은 최근의 주가 하락은 경제 지표에 대한 과잉 반응이라는 강세 논거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2년 만에 최악의 하락세를 나타냈던 S&P500지수는 이날 1.04% 올랐다. 나스닥 지수도 1.03%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전날 2020년 이후 최고인 65.73까지 치솟았다 이날 27.71포인트까지 내려왔다. 일반적으로 VIX가 30을 넘어야 시장 리스크와 투자자의 공포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여겨진다.

"기업 실적은 아직 양호하다"

지난 수 개월간 주식을 순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이 매수에 나선 것은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골드만삭스의 전략팀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S&P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5% 하락한 후 3개월 동안 평균 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약 7.5%, 나스닥 지수는 약 12.2% 하락한 상태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맥스 고크먼 수석 부사장은 "갖고 싶었던 디자이너 가방이 10% 할인된 것을 본 것과 같았다"고 "여전히 매우 비싸지만 좋은 거래라고 자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분기 실적 시즌에 S&P500 기업의 이익은 12% 증가했고,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0% 이상이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헤지펀드 리서치 기업 피보탈패스의 조나단 카플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매니저는 현재 상황을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문제보다는 단기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골드만삭스의 전략팀은 추천 종목 제시를 중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벤치마크 지수 하락 후 전망은 경기 침체를 앞둔 조정의 일부로 발생한 경우와 경제 성장이 회복되는 환경에서 발생한 경우가 현저하게 다르다"고 경고했다. 일반투자자들이 섣불리 뛰어들기엔 위험하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의 리서치팀 역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결코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