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독들이 말하는 '웃음의 쓸모'...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오는 2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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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38개국 132편 상영영화 산업은 오랜시간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영화계의 성별 불균형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영화인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개봉한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한 편에 불과했다. 할리우드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셀룰로이드실링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영화의 상위 250대 흥행작 중 여성 감독의 비율은 16% 정도였다.
'웃음의 쓸모' 주제로 다양한 여성 서사 조명
개막작은 소피 필리에르의 '뒤죽박죽 내 인생'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 여성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의미가 크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달 22일부터 28일 일주일간 CGV 연남, CGV 홍대,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다.이번 영화제의 테마는 '웃음의 쓸모'다. 웃음이 지닌 다양한 힘에 주목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걸어가는 모두를 응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변재란 영화제 이사장 및 조직위원장은 "영화 속 현실에 드러나거나 혹은 감추어진 켜켜이 담긴 웃음을 통해서 그 예리함과 넉넉함을 발견하면 좋겠다”며 슬로건의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는 역대 최다 규모인 3581편이 출품됐다. 국내 작품 808편, 해외 작품 2773편이다. 영화제 기간에는 이중 엄선된 38개국 132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노동·관계·사랑 등 다양한 여성 서사를 선보인다. 영화제의 포문은 프랑스 감독 소피 필리에르의 유고작 '뒤죽박죽 내 인생'이 연다. 올해 칸 영화제 상영작인 이 작품은 괜찮은 아내이자 엄마, 사회인으로 살아오던 55세 여성의 내면과 일상의 변화를 따라가는 내용이다. ‘타인의 취향’, ‘룩 앳 미’의 감독이자 배우 겸 작가로도 활동해 온 아네스 자우이가 주연을 맡았다.장편 경쟁 부문인 '발견' 섹션에는 염문경·이종민 감독의 한국 영화 '지구 최후의 여자'와 인디아 도널슨 감독의 미국 영화 '봄의 피부', 오카다 시카 감독의 일본 영화 '키스팹틴 연대기' 등 8편이 초청됐다. 아시아 여성 감독들이 만드는 단편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아시아 단편' 부문에는 이가은 감독의 '조용히 사세요' 등 국내 작품 7편을 포함한 20편이 진출했다.
한국 10대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이틴즈', 각종 해외 영화제의 화제작과 거장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다양한 형식으로 가족과 노동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룬 ‘지금 여기, 한국영화’ 등 12개의 다채로운 섹션을 구성했다.
이외에도 한국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 ‘애니메이티드, 몸-세계-존재’를 비롯해 전 세계 퀴어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퀴어 레인보우’ 섹션, 영화인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스페셜 큐레이터로 참여해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고 토크까지 이어지는 ‘Re:Discover 큐레이션’ 등이 있다. 홍보대사로는 '양치기' 등에 출연한 배우 손수현이 위촉됐다.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올해 예산이 절반 가량 줄어든 상황에서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상영 편수를 유지하게 됐다”며 “긴장과 어려움이 연속되는 삶 사이에 여백을 만드는 틈새로서 영화제와 영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