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놀란 정치권, 하루종일 금투세 논쟁
입력
수정
대통령실 "국회, 금투세 폐지 논의해달라"역대 최대 증시 폭락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7일 정치권에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세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여당은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증시 폭락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며 '금투세 시행'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與 한동훈 "금투세 폐지 토론하자" vs
野 박찬대 "금투세밖에 할 말이 없냐"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제안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국민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폐지를 주제로 토론하자고 제안하며 자신이 직접 토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여당의 당 대표이니 연임이 확정적인 이재명 대표가 나오시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과 제가 공개 토론하겠다"고 했다.
토론 제안을 받은 박 원내대표는 "한심하다. 여당은 금투세 이야기밖에는 할 말이 없느냐"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이야기하자는 것은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자는 얘기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재차 "민주당이 토론을 안 하겠다고 도망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토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책적 자신감이 없다. 이런 대형 악재를 방치한다는 건 국민에 대해 정치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어 "말씀 나온 김에 여기서 토론하겠다"며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그는 "민주당이 '부자들을 위한 세금 깎아주기'라는 프레임으로 가는데, 프레임 참 좋아한다. 프레임을 갖다 들이댈 게 아니다. 이게 맞는다면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반대하겠나"라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큰 손들이 장에서 이탈할 경우 개미 투자자들이 입게 될 손해를 막자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의 정책 파트를 총괄하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도입 기조 유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금투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진 의장은 금투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진 의장은 이날 민주당 비상 경제점검회의에서 "고액 자산가의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면서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 경제가 살아나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 경제가 살아나나"라며 "정부가 3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부자 감세로 무려 81조원의 세수가 감소했다. 부자 감세는 악착같이 밀어붙이면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절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