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정이삭 감독, 이번엔 토네이도 영화로 극장가 휩쓴다

한국계 감독 정이삭, 재난 블록버스터로 돌아와
"실제 토네이도 구현에 집중"
"어린 시절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했어요. 블록버스터 감독이 돼 보니 꿈을 이룬 것 같네요."

한인 이민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2021)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계 정이삭(46) 감독이 7일 용산에서 열린 신작 '트위스터스' 시사회에서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정 감독의 전작 미나리는 미국 시골 가정의 잔잔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신작은 이와 대조적으로 강렬한 몰입감을 지닌 재난 블록버스터다. 관객이 마치 토네이도를 직접 마주하듯 실감나는 영상 효과와 음향, 방대한 규모와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트위스터스는 할리우드 영화 '트위스터'(1996)의 속편으로,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케이트(데이지 에드거 존스)와 하비(앤서니 라모스), 유튜버 타일러(글렌 파월) 등 세 남녀가 거대한 토네이도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정 감독은 "처음엔 '내가 이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며 "차기작도 도전적인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위스터스는 오클라호마주의 넓은 평원을 배경으로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토네이도를 구현했다. 정 감독은 토네이도 촬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실제 토네이도 효과를 구현하고 싶어서 VFX에 의존하기 보다는 야외 촬영을 주로 했습니다. 오클라호마 캔자스에서 찍었어요. 또, 관객들이 실감나는 액션을 느꼈으면 했는데, 액션에 대해 공부하고 199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영화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한샷 한샷 에너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죠."
이날 시사회에는 주연배우 데이지 에드거 존스와 애슐리 J. 샌드버그 제작 총괄 프로듀서도 참석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토네이도에 맞서는 케이트를 연기한 에드거 존스는 "영화에서 날씨는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라며 "토네이도 자체가 케이트가 극복하고자 하는 내면의 괴물이기도 하다"고 했다.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두려워하면서도 매료되는 듯 한 모습이 있어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길들이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죠"

샌드버그 제작총괄은 정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데 대해 "토네이도를 경험한 지역 사람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칸소 주 출신인) 정 감독이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정 감독이 ('미나리'보다) 큰 스케일의 영화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과거 토네이도를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제가 아칸소주 농장에 살았는데 토네이도를 피해다닌 경험이있다"며 "밤이라 (토네이도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토네이도가 오면 구경을 갈만큼 익숙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토네이도가 흔하지 않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사 측은 1990년대 오리지널 영화를 새롭게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샌드버그 제작 총괄은 "과거와의 연광성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80년대나 90년대로 돌아가면 안정감을 느끼는 그런 감정이 있다"며 "트위스터스는 처음보는 사람도 즐길 수 있고, 오리지널을 본 사람은 약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정 감독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본 것을 계기로 영화 감독의 길을 걸었다. 데뷔작 '무뉴랑가보'(2007)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아 주목받은 그는 '미나리'로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다. 배우 윤여정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한 트위스터스는 개봉 첫 주 8125만 달러(약 1117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재난 영화 첫 주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국내 개봉은 14일. 상영시간 122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