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효자' K-2전차 핵심기술, 연구원이 경쟁사로 빼돌렸다

화생방 장치 설계도면 등 넘겨
檢, 3명 기소…해외유출 정황도
K2 전차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로템 제공
K방산의 수출 효자 중 하나인 ‘K-2 전차 흑표’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업 연구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K-2 전차 내 주요 부품인 화생방 양압장치를 생산하는 S사의 전직 연구원 김모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 등은 2017년 9월 경쟁사인 A사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화생방 양압장치의 설계 도면과 개발보고서, 국방 관련 자료 등을 외장 하드를 통해 외부로 빼돌린 혐의(방위사업법 위반 등)를 받는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최근 김씨 등을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씨 등이 근무하던 S사는 국방과학연구소와 K-2 전차를 공동 개발한 현대로템의 1차 벤더 회사다. 이 회사가 제조하는 화생방 양압장치는 전차 내부 공기를 정화해 밖으로 내보내거나 외부 공기가 전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공조 장치다. 전차가 생화학무기 공격을 받았을 때 승무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로 알려졌다.

2017년은 북한 핵실험 및 생화학무기 공격에 국민적 관심이 높던 때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전력은 세계 3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전쟁 발발 시 생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육군이 보유한 K-1 전차 1000여 대에 화생방 양압장치를 설치하는 사업을 벌였다. 화생방 양압장치를 달고 실전 배치된 K-2와 달리 K-1엔 이 장비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사는 거액 연봉을 제시하고 김씨 등을 스카우트한 뒤 K-1에 화생방 양압장치를 다는 성능개량사업 사업자로 참여했다. 이 장치는 대당 약 5000만원이다. 하지만 A사는 사업에서 탈락했다. S사는 기술 유출로 5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사가 중동 국가에 장치 수출을 시도해 실제 계약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했다.이번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등 관련 기관은 기술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전문가는 “지난해 폴란드에서 20조원 규모의 수출이 성사되는 등 K-2 전차가 수출 효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기술 관리에는 소홀한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해외 유출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자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김다빈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