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빠져나온 개미, 채권에 빠졌다

리스크 커진 주식보다 '채권 쇼핑'

금리인하 임박에 매매차익 노려
올 회사채 순매수 6조2000억
개인투자자가 ‘채권 쇼핑’에 푹 빠졌다. 최근 주식시장 출렁임이 커지면서 증시에서 이탈한 개미의 투자금이 대거 채권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다. 기준금리·시장금리 하락 땐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는 만큼 채권시장으로의 ‘머니무브’는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개인들의 회사채 순매수액은 6조2099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68억원가량 증가했다. 2021년 순매수액(1조5819억원)보다 네 배가량 많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83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증시에서 이탈한 개인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개인이 회사채에 주목하는 것은 비교적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연 3% 수준인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아서다. 고금리를 좇는 개인은 미매각된 비우량채도 가리지 않고 쓸어 담는다. 6월에 발행된 효성화학(신용등급 BBB+), HL D&I(BBB+) 등도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됐다. 하지만 개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청약 과정에서 물량을 상당액 처분했다.

이들 회사채는 연 6.8~8.5%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개인의 투자를 끌어냈다. 롯데건설(A+)은 지난달 26일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670억원어치가 미매각됐다. 이 물량은 여러 차례 청약 끝에 개인에게 모두 팔았다. 연 5.8%의 고금리를 제공해 매각에 성공했다.

개인을 겨냥해 매달 이자를 제공하는 월 지급식 회사채도 등장했다. GS건설, 롯데건설, HL D&I 등이 월 지급식 회사채를 발행했다. 통상 회사채는 석 달마다 이자를 제공한다. 하지만 매달 받은 이자로 다양한 상품에 재투자하는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어 개인들에게 인기다.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만큼 채권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미도 늘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인하 시점에는 채권 가격이 뜀박질하는 만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BBB급 비우량 회사채는 발행사 사정에 따라 원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꼼꼼하게 투자를 저울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다. 회사채는 국채와 달리 유통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만기를 앞두고 제값에 매각하는 것도 여의찮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