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美 대선 부통령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미국 부통령은 상당한 실권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직을 넘겨받고 상원 의장을 겸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면 역시 2인자 자리다. 수정헌법에 따라 1804년부터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왔지만 대통령에게 지명받는 특성상 대통령 그늘 아래다. 이 때문에 초대 부통령 존 애덤스는 부통령직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로 묘사했다. 부통령을 거쳐 훗날 대통령까지 지낸 해리 트루먼도 “부통령 업무는 결혼식과 장례식에 가는 정도”라고 폄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나의 역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군인들에게 핫도그를 전해 주는 ‘핫도그 셔틀’ 일만 하면 된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그렇다고 부통령이 병풍 역할에만 그친 건 아니다.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한 월터 먼데일은 워싱턴 경험이 일천한 카터 대신 힘 있는 2인자로 행동했다. 이때 처음 백악관 웨스트윙에 부통령 집무실이 마련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앨 고어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중량감 있는 2인자로서 위상을 키웠다.상원 의장 권한을 적극 행사한 부통령도 적지 않다. 전체 100석인 상원에서 50 대 50으로 찬반이 갈릴 때 상원 의장인 부통령은 캐스팅 보트를 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 의장으로서 역대 가장 많은 33번의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

그러나 행정부 2인자로서 해리스는 달랐다. 전면에 나서기보다 바이든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한 바이든 대통령 대신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가 됐다. 2인자를 경험한 그가 택한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다. 백인 남성으로서 유색 인종인 해리스를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상원의원의 역할과는 사뭇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처럼 밴스 의원은 트럼프식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상속자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의 2인자 경쟁이 11월 대선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