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정원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예술을 즐긴다 ... '미술 수도'가 된 9월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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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프리즈 서울 2024]각종 부대행사 프로그램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은 갤러리와 미술관 건물을 벗어나도 예술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 9월 서울은 한낮의 야외 정원에서도, 한밤의 길거리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이화여대선 시각예술작품 프로젝트 '프리즈 필름'
한남동, 청담동, 삼청동선 '갤러리 나이트' 열려
프리즈의 시각 예술 작품 프로젝트인 '프리즈 필름'은 올해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를 찾아온다. 이화여대의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EMAP와 손잡고 시각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박주원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와 발렌타인 우만스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작품은 9월 2일부터 6일까지 이화여대 캠퍼스와 야외 정원에서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우주를 엮는 모든 것: 양자 얽힘에 관한 질문'. 고대 직조 기술과 현대 양자 물리학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과거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연결하는 작품을 내놓는다.서울 송파구에는 팝아트 거장의 설치작이 뜬다. 필립 콜버트의 빨간 랍스터 작품이 석촌호수 물 위에서 한 달동안 관객을 만난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도 함께 설치된다. 러버덕, 포켓몬 등 다양한 공공미술 전시를 이어 온 롯데의 야심작이다. 이번 공공전시 프로젝트는 송파구청과 손잡고 롯데월드몰 개장 10주년을 기념해 미술축제 기간에 맞춰 마련했다.
빨간 바닷가재는 콜버트가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존재다. 이번에 설치되는 작품 두 점은 대형 풍선으로 제작됐다. 공공전시와 함께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에서는 필립 콜버트의 회화 등 작업 활동을 선보이는 전시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필립 콜버트는 '차세대 앤디 워홀'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바닷가재를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내세우며 회화, 설치작품, 조각,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품세계를 펼쳐나간다.콜버트의 랍스터가 한국 관객을 찾아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뒤 꾸준히 국내 관객과 만남을 갖고 있다. 지난해 아트부산에서는 문어를 뒤집어 쓴 대형 랍스터를 해운대에 설치하며 화제를 몰았다.
KIAF-프리즈 주간의 하이라이트는 '갤러리 나이트'다. 서울의 주요 갤러리가 모인 한남동, 청담동, 삼청동 세 지역에서는 밤새 파티가 열린다. 올해는 처음으로 을지로에서도 갤러리 나이트가 열린다.9월 2일 첫선을 보이는 을지로 나이트를 시작으로 9월 3일엔 한남동, 9월 4일엔 삼청동, 9월 5일엔 청담동의 밤이 예술로 물들 예정이다. 각 지역에 속한 갤러리와 기관들에서 늦은 밤까지 파티가 진행된다. 미술계 인사들과 작가들, 세계 각국의 컬렉터들이 모여 미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파티를 즐긴다. 갤러리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어떻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는 삼청 나이트가 열리는 9월 4일 오후 10시까지 미술관 문을 열어둔다. 서도호의 20년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인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늦게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오후 8시에는 서도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 야외 상영회가 미술관 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로벌 명품사들도 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예술 애호가들을 만난다. 루이비통은 서울 강남구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예술가와 컬렉터들을 모아 행사를 진행한다.샤넬은 리움과 손잡고 ‘폐비닐 프로젝트’에 나선다. 9월 29일까지 ‘아이디어 뮤지엄’의 일환으로 토마스 사라세노와 에어로센 파운데이션이 함께하는 ‘에어로센 서울’을 연다. 서울 용산구 내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의 협력을 통해 약 5000개의 비닐봉투를 수집해 띄우는 ‘무세오 에어로솔라’가 진행된다. 이후엔 수거된 비닐봉투를 자르고 붙이거나,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 환경과 예술의 공존을 시도한다.
프리즈와 샤넬은 차세대 작가와 기성 작가를 연결해 대담을 펼치는 아트 토크 비디오도 제작한다. ‘나우 & 넥스트’를 주제로 펼쳐질 토크는 기성 예술가 김아영, 김민정, 박영숙과 신예 예술가 임영주, 김성윤, 양정욱 등 6인의 작가가 둘씩 짝을 지어 작품과 작업, 더 나아가 미술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간과 연결성, 서울과의 관계, 그리고 급변하는 주변 세계의 영향과 같은 주제들이다. 샤넬은 올해도 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공예 재단 예올과 손잡고 '올해의 장인'을 선발했다. 샤넬과 예올의 협업 프로젝트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2024년 올해의 장인으로는 대장장 정형구를,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는 유리공예가 박지민을 선정했다.
두 장인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8월 22일부터 예올 X 샤넬 프로젝트 전시 ‘온도와 소리가 깃든 손 : 사계절(四季節)로의 인도’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시 총괄과 디렉팅, 작품 협업에 참여했다. 철이라는 거친 속성의 재료마저 아름답고 일상적인 공예로 재탄생시키는 대장장이의 손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9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사옥에서는 홍콩 K11 아트 파운데이션이 세계 예술 인사들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고 전시를 연다. VIP들만 참여 가능한 프라이빗 파티다. 석촌호수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필립 콜버트를 비롯해 마이클 고반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관장이 서울을 찾아 식견을 나눌 예정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