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소도시 여행] 알록달록 골목여행, 루넨버그

색색깔의 주택이 아름다운 루넨버그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닷가 작은 마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루넨버그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크지 않아 반나절 정도면 마을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다.
공항이 있는 핼리팩스에서는 차로 1시간 거리. 애틀랜틱 캐나다 지역으로 자동차여행을 오는 이들이 꼭 방문하는 도시 중 하나기도 하다.

마을은 듣던 대로 아름다워 차를 타고 마을 언저리로 들어서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는 범선이 간간이 떠 있는 항구가 보이고 뒤로는 알록달록 색칠한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동화책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집집마다 다른 색으로 칠한 골목 풍경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영국 식민지 시절 도시계획

마을이 지금 같은 모습을 갖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루넨버그라는 이름은 영국 왕 조지 2세가 된 브라운슈바이크-뤼부르크(Brunswick-Lüneburg) 공작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이야기는 1600년대 북아메리카 식민지를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대립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와 독일 개신교도가 이주해 살던 이곳에 1700년대 영국이 뉴잉글랜드 식민지 주민을 대거 이주시켜 들어오면서 마을은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영국식 도시계획은 그렇게 루넨버그에 도입됐다. 영국 식민 개척 도시 중에서도 루넨버그는 그 형태가 가장 잘 남아있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 것도 그 무렵 도시계획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마을 풍경을 해치지 못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루넨버그 시티투어 중인 가이드
루넨버그의 마을 투어 가이드
마을 투어 가이드를 요청해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해설사 같은 분이 나와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루넨버그에 대해 알려주었다. 건물을 함부로 개조하거나 헐고 다시 지을 수 없다 보니 집주인들은 뭐라도 변화를 주기 위해 건물 외관에 색을 칠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지금의 알록달록한 골목 풍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생기 넘치는 루넨버그의 골목

마을 입구에는 빨간색 대서양 어업박물관이 가장 먼저 관광객들을 반긴다. 수족관 형태로 되어 있어 물고기를 관찰할 수도 있고 대서양 연안에서 고기잡이하던 오래된 배도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다.
주로 바닷가재를 잡아 생계를 이어 나간 루넨버그 사람들에게 어업은 생활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문화였다. 마을 한쪽에는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어부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루넨버그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옛 어선인 블루노즈다. 블루노즈는 1921년 루넨버그에서 처음으로 출항한 범선이다. 어업 활동하는 범선끼리 벌이는 국제 대회에서 17년 동안 왕좌를 지켜 루넨버그 사람들의 블루노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캐나다의 10센트 동전에 그려진 범선이 바로 블루노즈다.
항구에는 블루노즈 II 가 정박해 있다. 옛 범선 모양을 재현해 만든 것인데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크루즈로 이용되고 있다.
항구를 낀 길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이 줄지어 서 있다. 식당에서는 애틀랜틱 캐나다를 대표하는 랍스터 롤과 영국식 피시앤칩스를 판다.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음식은 모두 감칠맛이 돈다.
식사 후에는 마을 구경에 나섰다. 한 블록 올라가면 오래된 주택과 상점이나 서점, 옷 가게, 작은 갤러리들이 나온다. '바운드'라는 이름의 서점 주인과 가이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자 사이였다.
서점에는 지역 주민들이 만든 책이나 달력, 에코백도 있었다. 루넨버그 방문 기념품으로 손색이 없어 관광객들도 서점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서점 바운드의 내부. 지역에서 직접 만든 책들도 있다.
서점에서 팔고 있는 에코백. 여행 기념품으로도 좋다.
마을 정상에는 오래된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가 있다. 2001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복원한 것이다. 캐나다에 두 번째로 세워진 개신교 교회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루넨버그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래된 목조 건물의 매력에 빠져 건물 하나하나 살피며 걷다보면 시간은 금새 지나간다.
한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복원했다. 루넨버그의 교회.
마을 정상에서 천천히 길을 내려오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러 잠시 더위를 식히며 내려다보는 루넨버그 마을 풍경은 평화롭고 질서 정연했다. 멀리 대서양으로 뱃머리를 돌린 범선 여러 대가 항구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길거리를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캐나다 여행은 죽기 전에 꼭 한번 와봐야 할 곳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