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에도 "갈 길 간다"…카카오 중장기 전략 '시동'
입력
수정
정신아 대표 "서비스 차질 없이 운영"'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된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카카오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광고·커머스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수익 모델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예고하는 등 빈자리를 최소화하고 중장기 방향성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룹 '비핵심 사업' 효율화 작업 추진
카카오, 카톡·AI에 전사적 역량 집중
대화형 AI 플랫폼 등 신규 서비스 준비
"현 상황 안타깝다"…그룹 핵심 사업 분류중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8일 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 대한 주주 여러분의 우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운을 뗐다.정 대표는 "카카오그룹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경영 쇄신과 AI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돼서 안타깝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이 이끌고 있는 모든 서비스들이 차질 없이 운영되고 서비스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그룹사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카카오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과 협의체 산하 조직인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직을 맡던 김 창업자가 SM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된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달 초엔 정 대표가 이끌던 쇄신태스크포스(TF)를 해체하고 이승현 카카오 HR성과리더를 중심으로 한 '인사&조직문화쇄신TF'를 띄우기도 했다.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에도 신규 서비스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카카오와 그룹 계열사들은 현재 회사별 핵심 사업을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본질에 집중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 비핵심으로 판단되는 사업은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것이다.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으로는 '카카오톡'과 'AI'로 정의했다. 올 하반기엔 카카오톡 기반의 톡비즈 성장과 AI 혁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동시에 카카오톡·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한 사업을 대상으로는 효율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장기 성장 위한 신규 서비스 '승부수'
신규 사업과 서비스 계획에 관한 방향도 공개했다. 카카오톡에선 차별적 브랜딩 효과를 볼 수 있는 신규 디스플레이 광고 상품을 출시한다. 모바일 광고예산 중 약 40%가 브랜딩 이미지 홍보비로 쓰이는 만큼 이를 수익화 사업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소상공인들이 사업 목적 프로필을 설정하고 카카오톡 사용자들과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목적이 다양해지는 흐름에 맞춘 신규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예를 들어 소상공인들이 오픈채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이벤트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를 제공한다거나 청중 대상 대규모 강의를 할 수 있는 콘퍼런스 기능 같이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특정한 목적을 가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용자들에게 효용적 가치를 줄 수 있는 기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커머스 부문에선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와 맥락을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생일 중심의 이벤트뿐 아니라 각종 기념일 등 선물을 주고 싶은 의도가 발생할 다양한 순간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발견형 커머스에서 추가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 올 하반기엔 쇼핑탭을 개편해 개인화된 쇼핑 큐레이션 지면을 확장한다. '쇼핑하기'와 '쇼핑라이브채널'의 메시지 마케팅 개인화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쇼핑탭 내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검색 기술 등을 고도화해 한층 더 개인화된 커머스 경험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대화형 AI 플랫폼' 출시 예고…수익화 탐색 박차
AI 전략도 제시했다. 카카오 AI 조직인 카나나엑스(서비스 기획)와 카나나알파(서비스 모델 지원)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구축보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여 수익화 가능성을 적극 탐색할 계획이다.신규 AI 서비스도 출시한다. 정 대표는 "하반기에는 카카오만의 강점이자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대화형 플랫폼 형태로 첫 B2C(기업·소비자간거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한다"며 "현재 준비 중인 서비스는 아직 AI에 친숙하지 않은 이용자를 포함해 4800만명 이상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만큼 AI 할루시네이션(환각)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 반응을 보면서 빠르게 대응하고자 우선 카카오톡 내부 구현이 아닌 별도 앱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날 연결 기준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2조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18.5% 늘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9553억원으로 10% 증가한 반면 콘텐츠 부문은 0.4% 감소한 1조496억원에 머물렀다. 정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카카오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해 두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표이사의 역할"이라며 "올 하반기엔 부상하고 있는 전략들이 현실화해 중장기 성장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주요 과제들을 빠르게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